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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Dec 22. 2021

고흐는 왜 자신의 귀를 잘랐을까?


  1888년 12월 24일, 당시 고흐와 함께 지내던 고갱이 아침에 집에 돌아와 보니 집 앞에는 많은 사람들과 경찰이 모여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보니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잘랐고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고갱은 얼른 의사를 불러 달라고 부탁하고 고흐의 동생인 테오에게도 연락을 취했다. 응급조치를 취한 후 고흐는 깨어났고, 며칠이 지나 그는 아를르의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고흐는 왜 자신의 귀를 잘랐을까? 물론 그 정확한 이유는 알 수가 없지만, 당시의 상황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추측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고흐는 당시 고갱과 함께 아를르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는 평소 고갱을 너무나 좋아하여 그와 함께 예술을 논하며 같이 그림을 그리는 것을 꿈꾸어 왔다. 그의 꿈은 마침내 현실이 되어 고갱이 1888년 10월 20일 고흐가 있는 아를르로 와서 함께 작품 활동을 하게 된다. 하지만 둘의 성격은 너무나 달랐다. 고흐는 자신보다 다섯 살 많은 고갱을 스승처럼 생각하고 따랐으나 각자의 예술과 성격에 있어서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고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고 열정적이며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반면 고갱은 이미 이름이 많이 알려진 유명한 화가였고 성격이 고흐와는 다르게 냉정한 편이었다.


  두 달 정도 함께 지내는 동안 둘은 같이 작품 활동을 하면서도 번번이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서로 다른 예술 세계를 인정해 주지 못했고, 시간이 갈수록 함께 생활하는 것이 너무 불편했기에 결국 고갱은 아를르를 떠나 파리로 돌아갈 결심을 한다.


  고갱과 함께 공동 작품을 하고 싶었고, 서로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기를 원했던 고흐는 고갱이 자신을 떠난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게다가 자신이 가장 아꼈던 동생인 테오가 결혼을 한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만약 동생이 결혼하면 자신과의 관계가 멀어지고 동생의 경제적인 도움으로 살아가던 고흐는 이러한 도움도 끝이 날 수 있다는 걱정도 되었을 것이다.


  고흐 자신이 가장 믿었고 좋아했던 두 사람이 한꺼번에 자신을 떠난다는 사실에 고흐는 무척이나 우울하고 외로워지기 시작했을 것이다. 또한 고흐의 작품은 거의 팔리지 않아 자신의 예술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에 많은 절망을 하기도 했다. 이 즈음부터 고흐는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해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고흐는 고갱과 테오와의 이별이 현실이 되자 더 이상 그의 내면의 세계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을지도 모른다. 그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이러한 상황을 탈피하고 싶어 스스로 현실을 깨뜨리기라도 하기 위해 자신의 귀를 잘랐을지도 모른다. 일종의 현실에 대한 도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모든 것을 상실한 것 같은 세상의 끝에 그는 홀로 서 있는 것 같은 외로움과 자신의 예술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서러움, 혹시나 자신이 귀를 자르는 것 같은 행동을 하면 떠나려던 고갱이 자신에 대해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한 여러 가지 복합적인 것이 작용하여 고흐는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귀를 자른 것이 아닐까 싶다.


  확실한 것은 당시 고흐의 내면의 세계는 너무나 힘들고 아팠다는 것이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현실을 그는 버티기가 힘들었다. 그는 경제적으로도 너무 힘들어 그림에 필요한 도구도 구하기 어려웠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며 생활해야 했다. 돈이 없어 물감이나 캔버스를 사지 못할 때에는 그냥 연필로 데생을 해야만 했다.


  고흐가 죽기 전까지 그의 작품은 거의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팔린 작품은 몇 개 되지도 않았을뿐더러 인정을 받지도 못했다. 고흐가 죽은 후 약 100년 정도가 지난 1987년 3월 런던의 크리스티 미술 경매장에서 그의 ‘해바라기’ 그림은 3,629만 2,500달러, 약 430억이 넘는 가격이 팔렸으며, 1990년 5월에는 그의 ‘가셰 박사의 초상화’가 8,250만 달러, 약 920억 원에 낙찰이 되었다.


  고흐는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원했던 그러한 삶을 누리지 못한 채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살아가야 했다. 결국 그는 헤어 나올 수 없는 절망감에 1890년 7월 27일 자기 가슴에 권총의 총구를 향하게 하고 방아쇠를 당긴다. 그의 나이 37세였다.


귀를 잘랐을 당시 고흐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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