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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Jan 02. 2022

세 명의 여인과 결혼하게 된 고단한 운명

1902년 폴란드에서 태어난 아이작 싱어는 아버지 어머니 모두 랍비였다. 어릴 적부터 종교적인 분위기에서 성장한 그는 신학교에 입학하지만, 중도에 그만두고 잡지사와 신문사에서 일하게 된다. 1935년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다. 많은 단편과 장편소설을 썼으며 1978년 “폴란드계 유대인의 문화적 전통을 바탕으로 인류의 보편적 상황을 이야기하는 감동적인 문학”이라는 이유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


  <원수들, 사랑 이야기>는 1940년대 말 뉴욕을 배경으로 어느 유대인 지식인의 고단한 삶을 다룬 작품이다. 대필 작가였던 헤르만에게는 그가 걸어온 인생의 길에서 뜻하지 않게 세 명의 아내를 가지게 된다. 나치들의 손에 죽은 줄 알았던 타마라가 첫 번째 아내였고, 그를 나치의 박해로부터 숨겨준 야드비가라는 순진한 여인이 두 번째였으며,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아 결혼한 마샤가 세 번째 여인이었다. 


헤르만은 이혼이나 사별하지 않고 그렇게 세 명의 아내가 생겼던 것이다. 그의 인생의 굴곡처럼 그는 여러 여인과 얽힌 사랑을 하면서 뉴욕까지 흘러 들어왔다. 홀로코스트의 아픔과 고통도 있었지만, 그로 인한 여인과의 관계에서도 너무나 많은 상처와 어려움이 있었다. 


  “사실 인생이 아무리 괴로워도, 그리고 남은 삶이 단 하루가 될지 한 시간이 될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도 우리에겐 사랑이 필요했어. 정상적인 상황일 때보다 훨씬 간절하게 사랑을 갈망했지.”


  헤르만은 우유부단했다. 야드비가를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은혜를 갚기 위해 그녀와 결혼했고, 마샤를 진심으로 사랑하면서도 차마 야드비가를 버리지 못했다. 그는 경제적으로도 무능했고 삶의 선택에 있어 결단을 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질질 끌려다니면서 살아왔다. 


  “히틀러의 가스실도 최악이었지만 사람들이 모든 가치관을 잃어버린 거야말로 고문보다 더 지독한 고통이죠”

  세 명과 결혼했던 헤르만, 그는 인간에 대한 정에 약했던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부도덕한 사람이었을까? 확실한 것은 나치 권력의 희생양이 되면서 그의 삶이 그렇게 힘든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운명이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고단한 삶을 살아온 헤르만은 길을 가다 죽은 비둘기를 보고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신성한 새야, 넌 벌써 너의 삶을 다 살았구나. 넌 운이 좋은 거란다.”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하여 뉴욕에서 살았던 아이작 싱어, 그 또한 지금 뉴저지주 유대인 묘지에서 편안히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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