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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Jan 02. 2022

군중과 권력

1905년 불가리아 루스추크에서 태어난 엘리아스 카네티는 1911년 영국으로 이주했고 이후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을 전전하며 살았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대학을 다녔고, 1938년 영국으로 망명했다. 1981년 “폭넓은 시각, 풍부한 기지와 예술적 힘이 깃든 작품들로 깊은 인상을 주신 점을 인정하여 이 상을 드립니다.”라는 이유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군중과 권력>은 군중의 본질을 새로운 각도로 조명한 책이다. 카네티는 신화와 전설을 중심으로 한 원시 문화, 세계 종교의 원전, 동서고금의 수많은 권력자에 대한 전기와 기록 등 광범위한 자료를 바탕으로 군중과 권력에 대한 메커니즘을 해부한다. 


  “군중은 언제나 성장하기를 원한다. 군중의 분출 현상은 언제고 일어날 수 있으며 또 가끔은 일어난다. 군중의 내부에는 평등이 지배하고 있다. 군중이 형성되는 것은 이 평등을 얻기 위해서이다. 그들은 이 평등으로부터 벗어나 어떤 것도 관심을 갖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군중은 밀집 상태를 사랑한다. 그 어느 것도 군중의 내부 틈새로 끼어들거나 군중을 갈라놓을 수는 없다. 모든 것은 군중 그 자체이어야 한다. 밀집감은 방전의 순간에 가장 강하다. 군중은 하나의 방향을 필요로 한다. 군중은 항상 동적이다. 군중은 어떤 목표를 향해 움직인다. 모든 구성원에게 공통인 이 방향은 군중의 평등감을 강화시킨다. 군중은 늘 와해를 두려워하므로 어떤 목표라도 받아들이려 한다.”


  공동체의 운명은 군중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 그렇기에 군중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어떠한 방향으로 사회를 발전시켜야 할지는 군중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 보다 많은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사회는 군중과 더불어 창조되어야 한다.


  “고양이는 쥐를 가지고 놀 때, 쥐를 얼마쯤 도망치게 버려두기도 하고 쥐에게서 등을 돌리기까지 한다. 그러나 쥐가 고양이의 권력의 테두리 안에 있다는 것에는 다를 바가 없다. 만일 쥐가 그 테두리를 뛰쳐나오면 고양이의 권력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잡힐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기 전에는 그 권력의 테두리 안에 있는 것이다. 고양이가 지배하는 공간, 고양이가 쥐에게 허용하는 희망의 순간들, 그러나 잠시도 눈을 딴 데로 돌리지 않는 면밀한 감시와 해이해지지 않는 관심, 그리고 쥐를 죽이려는 생각, 이것을 모두 합친 것, 즉 공간, 희망, 빈틈없는 감시와 파괴적인 의도를 권력의 실체, 좀 더 단순히 말해 권력 그 자체라고 부를 수 있다.”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서는 권력에 대해서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권력의 남용은 우리의 삶과 행복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권력은 소수를 위한 것이 절대 아니다. 권력을 가진 자는 그 권력이 자신에게 주어진 그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고 권력을 부여한 자는 그 권력의 잘못 쓰임을 방지할 의무와 책임이 뒤따른다. 그러한 노력 없이는 권력에 의해 우리 사회는 퇴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군중과 권력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며 그 메커니즘을 충분히 알아야 우리 사회는 보다 나은 단계로 발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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