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나온 시간들 Jan 04. 2022

진짜로 없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하므로 저것이 생한다.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고

   이것이 멸하므로 저것이 멸한다.

                        (중아함경)”     


 나에게 다가온 것은 잠시 그렇게 머무르다 언젠가 나로부터 떠나가기 마련이다. 잠시 나에게 속했다고 해서 그것이 진짜로 내 것인 줄 알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내 것이 아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와서 갈 때도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가 없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언젠가는 나로부터 떠나가는 것이 불변의 진리다.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해 아래에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사람에게 무엇이 유익한가. (중략)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지라. 해 아래에는 새것이 없나니 무엇을 가리켜 이르기를 보라 이것이 새것이라 할 것이 있으랴. (전도서 1 : 2~9)"


  가장 지혜로웠다고 하는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은 BC 935년 무렵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모든 영화를 다 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도서에 이러한 기록을 남기고 자신 또한 사라져 버렸다. 


 재물도 나에게 왔다가는 언젠가 사라지고 사람도 마찬가지이며 인간의 감정도 그렇다. 누구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도 영원한 것은 없다. 


 사랑이 영원한 것이라 믿기에 거기에 집착하고, 내 주위에 있는 사람이 나의 사람이라 생각하기에 그 사람에 연연하며, 내가 가지고 있는 물질이 완전히 나의 것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그것에 집착할 뿐이다. 

 인연이 되어 나에게 왔지만, 인연이 끝나면 나로부터 다 떠나갈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은 이유가 있어서 나에게 왔지만, 또 다른 이유로 그렇게 나로부터 사라진다. 


 자연의 원리도 마찬가지이다. 원인이 있기에 결과가 따른다. 원인이 없이 결과만 존재하는 것은 없다. 확률도 마찬가지이다. 가능성이 있기에 확률이 있는 것이다. 그러한 결과가 또 다른 원인이 된다. 그렇게 모든 것은 얽혀 나의 주위에 그리고 나에게 일어나고 있다. 그것에 내가 욕심을 부리고 저항하느라 내가 힘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 존재하고 있는 나도 언젠간 사라진다. 내가 있고 네가 있고 세상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우리는 헛된 것에 연연할 뿐이다. 없어질 것을 가지려 하기에 우리는 스스로 괴로울 뿐이다. 모든 영화나 영광도 한순간일 뿐이다. 그러기에 지금 현존해야 한다. 


  내 주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언젠간 사라질 것이기에 현존하는 나는 그것을 사랑해야 한다. 떠나가는 것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에게서 무언가가 떠나가면 새로운 또 다른 무언가가 온다. 하지만 그것 또한 나를 언젠가는 떠나간다. 영원히 내 옆에 있게 하려고 하기에 내가 아플 뿐이다. 


  나에게 진짜로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그립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