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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Jan 11. 2022

가장 불행한 사람

인간은 시간의 존재다. 따라서 우리의 삶은 시간의 함수라 할 수 있다. 우리의 행복과 불행은 그 함숫값이 어떻게 되느냐에 달려있다. 과거 어느 순간에 정말 행복했다면 그 함숫값은 큰 것이고, 불행했다면 아주 작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삶이 시간에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가고 있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언제 끝날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현재에만 살고 있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으며 내가 원한다고 해서 지금 과거나 현재로 이동할 수 없다. 


  문제는 지금 존재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얽매어 살아가거나,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과거에 나에게 일어났던 아픔이나 고통 또는 영광에 붙잡혀 살아간다면 지금 존재하는 나는 현재 이루어 낼 수 있는 함숫값을 크게 만들어 내기는 힘들다. 또한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거나 불안해한다면 그 또한 현재의 삶을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걱정으로 인해 지금 우리 삶의 함숫값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불행한 사람은 항상 자기 자신에 대하여 부재이고, 결코 현존하지 않는다. 그는 과거에 살고 있거나 미래에 살고 있을 뿐이다. (키에르케고르)”


  과거에 내가 성취한 것에 취해 있거나, 잘못한 것이나 이루지 못한 것에 미련을 가지고 있다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나는 지금을 현명하게 살아갈 수 없게 된다. 오로지 현재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할 때 내 삶의 함숫값이 커질 뿐이다. 미래 또한 마찬가지이다. 나는 오늘 살고 있는 것이지 내일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내일이 나에게 주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는 것은 오늘을 사는 최선의 모습이 아니다. 내가 염려하는 것이 미래에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르고, 일어나더라도 생각한 것보다 훨씬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 그런데 미리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느라 오늘을 잃어버리게 된다면 우리는 현재와 미래 모두를 잃을 수도 있다. 오지도 않은 내일을 생각하기보다 지금 내가 할 일을 담담히 하는 것이 보다 현명하다. 


  또한 중요한 것은 행복과 불행에 너무 연연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살아가다 보면 행복도 있고 불행도 있는 법이다. 함숫값이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다. 그것이 함수의 본질이다. 만약 우리가 그 값에 따라 너무 좌우된다면 우리의 삶은 안정될 수 없다. 행복과 불행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초월한다면 우리는 불행하지 않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즉 우리의 내면이 강해진다면 우리 삶의 함숫값은 어떠한 일정한 상수 값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그 상수 값의 크기를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행복과 불행에 초월하면 할수록 우리의 삶은 보다 안정되고 따라서 그 상수 값의 크기도 큰 상태에서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어떠한 일이 일어나도 초연하게 행복의 값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가 있다. 


  “이르되 내가 모태에서 알몸으로 나왔사온즉 또한 알몸이 그리로 돌아갈지라. 주신 이도 여호와시오 거두신 이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 하고(구약, 욥기 1장 21절)”


  욥은 모든 것을 잃었다. 자신의 가장 사랑하는 자식뿐만 아니라 재산 전부를 잃었다. 심지어 믿었던 그의 아내마저 “하나님을 욕하고 죽으라”고 했다. 그는 이제 아무것도 없었다. 평생을 열심히 살아왔건만 모든 것이 한순간에 다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그는 강했다. 그러한 것에 연연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함숫값은 상수항으로서 최댓값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어떠한 일이 우리에게 닥치더라도 상수 값은 변할 수가 없다. 그것이 상수의 본질이다. 욥은 알았다.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것이 있고, 얻는 것이 있으며 잃는 것이 있으며 행복한 순간이 있으면 불행한 순간도 있다는 것을. 그래서 그는 그 어려운 환난의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 모든 것을 잃었지만 시간이 지나 그는 다시 그 모든 것을 얻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행복과 불행을 겪지 않을 수가 없다. 그것이 인생이다. 만약 우리가 불행에 빠진다면 누가 우리를 거기에서 구해 줄까?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에게 주어진 현재의 시간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고 그러고 나서 기다리는 것으로 충분하다. 더 이상은 나의 영역이 아니다. 


  가장 불행한 사람은 누구일까? 그 사람은 현존하지 못하고 과거나 미래에 얽매어 살며, 행복과 불행에 대해 너무 연연해하는 사람이다. 지금 이 시간을 살고, 어떠한 일이 일어나도 초연히 살아가는 사람에게 삶의 함숫값은 최대 상수 값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는 그냥 맡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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