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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Jan 23. 2022

언제든 행복할 수 있다

산에는 왜 올라가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가장 많이 알려진 답변은 “산이 거기에 있으니까 올라간다”일 것이다. 이 말은 지구 상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를 정복하려던 조지 맬러리가 한 말인데 그는 에베레스트 등반 도중 실종되어 사망했다. 그의 시신이 발견된 것은 그가 실종된 후 75년이 지나서였다. 이후 세계 최초로 에드먼드 힐러리가 히말라야의 에베레스트를 1953년 정복하게 된다. 이제는 에베레스트에 만족하지 못하고 지구 상에 있는 8,000미터가 넘는 봉우리를 정복하는 것이 산악인들의 새로운 목표가 되었다. 


  지구라는 행성에 8,000미터가 넘는 산은 정확하게 14개가 있다. 이 14개는 히말라야 산맥 10개와 그 옆 서쪽에 있는 카라코람 산맥에 4개가 있다. 이 14좌를 등반하는 데 성공하는 산악인은 그야말로 영웅 중의 영웅이 된다. 인간의 한계를 진정으로 극복한 위대한 탐험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이제까지 14좌를 완등한 사람은 40여 명 정도이다. 어느 나라 사람이 가장 많이 성공을 했을까? 놀랍게도 우리나라와 이탈리아가 각각 7명으로 1위이다. 우리나라 최초 14좌 완등자는 바로 박영석 대장으로 세계에서 7번째이며, 엄홍길 대장이 세계에서 8번째로 성공을 했다. 


  그들은 왜 그렇게도 험한 산을 힘들게 오르는 것일까? 정말 산이 그곳에 있어서 오르는 것일까? 

  사람마다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도 가끔 산을 오르는데, 내가 산을 오르는 이유는 솔직히 힘들기 때문이다. 단순히 힘든 것을 넘어서 그 힘든 과정을 지나고 나면 엄청난 성취감과 한계를 넘어선 극한의 만족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지만 그런 유혹을 이겨내고 끝까지 올라가고 나서 느끼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산 정상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천하가 작게 보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작은 세상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모습이 보일 것이고 이러한 것을 넘어설 수 있는 커다란 마음이 즉 호연지기 같은 것이 생기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대부분 행복한 삶을 희구한다. 편하고 안전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런 삶을 기대하면 살아간다. 하지만 안락한 삶은 우리를 항상 행복으로 인도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삶은 안락한 순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힘들고 어려운 시기도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 누구에게나 예외는 없다. 삶의 안락함만을 추구하다가 커다란 어려움이 닥치면 그의 삶은 그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더 커다란 고통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대들이 바라는 안락이라는 것은 우리들의 목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들에게는 종말이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을 조소해야 할 것, 경멸해야 할 것으로 만드는 것이며, 인간은 그것에 의해서 자신의 몰락을 바라게 되는 것이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힘이 증가되고 있다는 느낌, 저항을 초극했다는 느낌을 말한다. (프리드리히 니체)”


  니체는 행복을 안락한 삶이 아닌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왜 행복을 그런 식으로 표현했을까? 니체는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길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기에 어떠한 일이 우리에게 닥치더라도 그것을 모두 극복해 낼 수 있는 사람이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니체는 이러한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 즉 초인을 생각했던 것이다.


  “가장 정상적인 인간들은 그들이 가장 용기 있는 자들이라고 전제할 경우, 단연코 가장 고통스러운 비극을 체험하는 자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들은 삶이 그들에게 가장 무서운 적대적인 모습을 드러낸다는 바로 그 이유로 삶을 존경한다. (프리드리히 니체)”


  어려운 일을 극복해 낸 사람, 고통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 절망을 이겨낸 사람은 진정으로 삶을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이제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러한 일에 두려움 없이 넘어설 수 있기에 그에게는 오직 행복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남들이 보기엔 불행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그는 단지 극복해 낼 대상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다. 게다가 이를 이겨내고 나면 자신은 또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초인은 언제든 행복할 수 있다. 


  불교에서는 이러한 것을 행복과 불행을 아예 분별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삶에는 항상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기에 그러한 것 하나하나에 집착하고 연연하다 보면 삶 자체가 고통일 수밖에 없으니 아예 우리의 인생에는 불행이나 행복 자체를 구별하지 말고 그냥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만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 니체의 초인 사상과 같은 맥락이다. 모든 것을 이겨내 더 이상 어떤 일이 일어나도 두렵지 않은 초인이나 행복이나 불행을 분별하지 않을 정도로 수행이 돼서 초월한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행복을 추구할 필요도 불행에 마음 아파할 필요도 없으며 어떠한 일이 일어나든지 행복할 수 있기에 이제는 두려움이 없는 삶을 살아갈 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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