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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Jan 31. 2022

새벽은 가까워지고

이성이 필요한 이유는 보다 나은 삶을 위함이다. 살아가다 보면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고, 불행한 일이 나에게 닥치기도 한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삶의 굴곡이 있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다. 삶은 꽃길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갈길도 있고, 가시밭길도 있으며, 황량한 사막과, 올라가기에 벅찬 산길도 있다. 


  자연스러운 것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나의 영역이 아닌 것도 있고, 능력 밖인 것도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 꿈꾸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모두 다 할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 실패하는 것, 최선을 다했지만 이루어지지 않는 것, 정말 나에게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들이 닥쳐올 때 이성이 필요하다. 이성은 그러할 때 나 자신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감정적으로 힘들 때, 앞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때,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잘 모를 때 이성은 나의 마음을 고요히 하여 희미한 불빛이나마 비추어 줄 수 있다. 


 “눈을 뜨면 보이는데도 한 번도 눈을 뜨지 않았다면 그는 참으로 불쌍한 사람이다. 불행을 차분히 견뎌낼 이성이 주어져 있는데도 그것을 몰랐다면 더욱 불쌍한 사람이다. 이성적으로 사는 사람은 훨씬 쉽게 불행을 이겨낸다. 이성은 어떤 불행도 결국은 지나가기 마련이고 그것이 선으로 바뀌기도 한다고 우리에게 귀띔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불행을 마주 보지 않고 외면하려 애쓴다. 신이 우리의 뜻에 반해 일어난 일에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을 주었다는 것에, 우리 영혼을 오직 우리 힘 안에 있는 이성에 종속시켜주었다는 것에 감사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신은 우리 영혼을 우리의 부모나 형제, 재물, 육체, 죽음, 그 어느 것에도 종속시키지 않았다. 신은 우리 영혼을 우리에게 속한 유일한 것, 즉 이성에 종속시켰다. (에픽테토스)”


  이성은 우리에게 닥친 불행을 이겨낼 수 있다. 감정이나 마음을 추스르지 못할 때 이성은 나의 곁에서 나를 지탱해 주는 친구가 될 수 있다. 힘든 길을 걸어가느라 앞이 보이지 않을 때 이성이 우리에게 그 길을 안내해 줄 수 있다. 이곳이 고비니까 여기만 지나가면 또 다른 내일이 올 수 있다고 나에게 이야기해 준다. 지금은 사막의 한 복판이니까 물을 찾기 힘들어도 조금만 있으면 물을 마실 수 있는 곳이 있고, 잠시 목을 축이고 조금만 더 가다 보면 사막이 끝난다고 이성은 말해준다.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이 일어나도, 그 일이 나에게 다가오지 않기를 바라더라도 그러한 일은 나에게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성은 그러한 불행이 우리를 집어삼키지는 않는다고 말해 준다. 그 일을 그냥 받아들이면, 더 좋은 일들이 나에게 다가오리라고, 밤이 깊어질수록 새벽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이성을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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