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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Feb 03. 2022

한겨울에 찾은 산사

세상에서 살다 보면 세상에 젖어 들어 살기 마련이다. 물에 들어가면 원하지 않아도 나의 몸이 물에 젖는 것처럼 세상에 속해 있다 보면 나의 삶을 위한 시간이 내가 원하지 않는 일들로 채워지곤 한다. 세상은 무섭다. 정신 모르게 살아가다 보면 진정한 나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에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내가 나이어야 하거늘 나는 어디로 가버리고 내가 아닌 누군가가 나의 주인인 것처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이란 시간은 나의 삶을 위해 주어져 있다. 나는 무엇을 위하여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오늘이라는 아름다운 시간을 나는 어떻게 보내고 있는 것일까? 


삶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잃어버린 시간은 돌이킬 수 없다. 시간은 무조건 앞으로만 갈 뿐 되돌아오지 않는다. 어떻게 시간을 보내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나에 의해 채워지기 마련이다. 내가 보낸 헛된 시간이, 내가 나의 주인이 아닌 것처럼 소모했던 의미 없는 시간이, 이제는 저 먼 과거의 한 페이지가 되어 나를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나는 왜 나를 잃었던 것일까? 무엇을 위해 사느라 가장 중요한 나를 소외시킨 채 그 많은 시간을 채워왔던 것일까? 나에게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는 시간이라는 연장선에서 나는 어디쯤 서 있는 것일까? 그 연장선이 끝나는 지점에서 나는 어떤 생각을 하며 그 시간을 마무리할까?


물속에 있으면 물이 마르지 않는 것처럼 나의 젖은 몸을 말리기 위해서 나는 물 밖으로 나와야 했다.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해 나는 시간이라는 그 연장선에서 잠시 떨어져 나와야 했다. 나를 돌아보기 위해 그리고 진정한 나의 삶의 주인을 찾기 위해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아름다운 시간을 더 잃지 않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나에게 얼마나 될지 알 수는 없지만 더 이상 그 소중한 시간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진정한 나를 찾아야만, 내가 누구인지를 확실히 알아야만, 나에게 주어진 그 시간을 더 이상 잃어버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 


조용히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에서 헛되이 흘려 버릴 수 있는 시간을 없애기 위해 나는 그렇게 산사를 찾는다. 깜깜한 밤 조용히 눈을 감고 가끔씩 들려오는 풍경소리에 귀를 기울인 채 나를 찾는 시간 여행을 떠난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과 수천 년을 이어 내려온 거대한 자연 속에서 홀로 서 있는 나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앞으로 주어진 남은 시간을 위해 잃어버린 나를 찾는다. 


이제는 그 시간이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세상을 잠시 떠나 나를 되돌아본다. 비록 세상에 돌아오면 또다시 나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렇게 여기 이곳을 떠나 거기 그곳에서 나의 참다운 모습을 되돌리려 한다. 나에게 주어진 한 번밖에 없는 삶을 위해, 그 아름다운 시간을 위해 그리고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것이 내가 산사를 찾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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