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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Feb 12. 2022

이카루스(2/12)

친구야,

  오늘은 서울에서 열리는 마르크 샤갈 특별 전시회에 다녀왔어. 미루고 미루다가 시간이 나서 큰마음 먹고 발걸음을 재촉했지. 내가 좋아하는 화가는 샤갈하고 고흐야.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분들의 그림을 보면 왠지 마음이 끌려. 나는 미술에는 문외한이라 잘 이해도 못 하지만 그냥 그림을 보면서 이 생각 저 생각을 하곤 해.

  샤갈의 그림은 색깔이 너무나 예쁘고 꿈속을 헤매는 듯한 그림 같아서, 한참 동안 보면서 상상의 날개를 펴곤 하지. 오늘 본 그림 중에 인상이 깊었던 것은 ‘이카루스의 추락’이라는 거야. 이카루스가 공중에 붕 뜬 상태에서 고개를 아래쪽으로 하면서 떨어지고 있는데 한쪽은 빨간색으로 그려져 있어. 아마 그쪽이 태양 쪽이겠지.


  이카루스는 아버지 다이달로스와 함께 미궁에 갇히게 되는데 다이달로스가 미궁을 탈출하기 위해 밀랍으로 깃털을 이어붙인 날개를 만들어 아들인 이카루스와 함께 공중으로 날아올라 탈출을 하게 되지.


  아버지인 다이달로스는 아들인 이카루스에게 너무 높이 날아올라 태양에 가까이 가면 밀랍이 녹으니 조심하라고 말하지만 이카루스는 아버지의 충고를 잊은 채 한없이 태양에 가까이 가다가 밀랍으로 만들어진 날개가 녹아 추락하게 되고 말지.


  이카루스는 왜 아버지의 말에도 불구하고 태양에 가까이 가려고 했었던 것일까?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카루스는 젊기에 자신의 욕망이나 꿈을 좇아 무한정 달려갔던 것이 아닐까 싶어. 이카루스가 강렬한 태양을 본 순간 마치 자신이 도달해야 할 목표라 생각하고 정신없이 날아갔던 것이 아닐까? 이카루스의 도전 정신은 어쩌면 커다란 용기가 있어야 가능할지도 몰라. 그 용기는 칭찬받아야 마땅할 거야.


  하지만 이카루스는 자신의 욕망을 절제했어야 했는데 그것을 못했고, 어느 정도에서 멈추어야 하는데 멈추지 못하는 바람에 자신의 날개마저 잃어버리고 추락한 것이 아닐까 싶어.


  이카루스의 추락은 우리의 삶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젊었을 때 우리는 잘 아는 것도 없이, 깊게 생각하지도 않은 채,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도 모르고, 욕망과 목표를 위해 무조건 앞으로 달려만 갔었지. 하지만 그것이 헛된 것인지도 모르고, 욕심만 부리다가 절제를 하지 못해 결국 많은 실패를 하게 되고, 절망에 빠지기도 하며, 커다란 상처도 받게 되지. 그러한 욕망을 절제했어야 했는데, 왜 그러지 못했던 것일까?


  친구야,

  너는 그런 경험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나도 이카루스처럼 추락한 적도 많이 있어. 그 추락은 바로 나의 헛된 욕망에서 비롯되었고, 그것이 헛된 것인지도 모른 채 열심히 살아가기만 했고, 어느 정도에서 멈추어야 하는데 멈추지도 못했지. 결국 추락은 짜여진 각본처럼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싶어.


  우리 이제는 더 이상 이러한 추락을 경험하지는 말자. 이제 나이도 어느 정도 되었고,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이 얼마인지도 모르니까.


  너를 만날 수 있다면 다음에 샤갈이나 고흐 전시회에 같이 가면 좋을 것 같아. 아니면 네가 좋아하는 다른 화가가 있다면 그 전시회에 가도 좋고. 언젠가 우리에게도 그런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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