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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Feb 16. 2022

제주 여행

어머니의 항암치료를 중단하고 나서 두 달 남짓 어머니의 체력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억지로라도 식사하시고 일주일에 두 번씩 링거를 맞고 하면서 노력한 결과 다행히도 많이 회복되셨다. 체중도 수술 전으로 돌아왔고, 어느 정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졌다. 병원에 가서 CT를 찍어보니 다행히 결과도 잘 나왔다. 일요일에 교회도 가지 못한 채 집에서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렸는데 이제는 직접 교회에 가셔서 예배를 드릴 수 있을 만큼 회복이 되셨다. 지난 6개월 넘게 수술과 회복의 과정이 그리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많은 고비들은 다 넘긴 것 같았다. 이제 차를 타고 다녀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만큼 회복이 되어서 근교에 나가 외식도 하고 드라이브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여행도 가능할 정도가 되어 바람도 쐴 겸 부모님을 모시고 제주에 다녀올 계획을 세웠다. 그동안 아버지도 집 밖에 거의 나가실 기회가 없어서 많이 답답하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과 비행기를 같이 타고 여행한 적은 한두 번 정도밖에 없었던 것 같다. 두 분 모두 어느 정도 회복이 되셨지만, 언제 또 건강이 나빠질지 알 수가 없다. 기력도 더 떨어지시면 비행기를 타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이 더 나빠지시기 전에 부모님을 모시고 비행기라도 태워 드리고 싶었다. 어쩌면 부모님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여행할 기회가 오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과감하게 결정을 했다. 


  제주도까지는 청주 공항에서 40~5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어차피 지금은 코로나로 외국을 가기도 힘들다. 코로나가 없었다면 가까운 일본이나, 홍콩, 싱가포르라도 갈 텐데 외국 가는 것이 너무 힘들어 그냥 제주도로 일정을 잡았다. 


  마침 제주도 여행 가는 사람도 코로나로 그리 많지 않아 비행기 가격도 상당히 저렴했다. 비행기 예약을 하고 좌석을 타고 내리기 편한 제일 앞자리로 잡았다. 오랜만에 나들이를 가느라 그런지 부모님도 여행 전날부터 마음이 들뜬 것 같았다. 


  비행기 안에서 앞에 앉아계신 부모님을 보며 나는 왜 젊었을 때 부모님께 더 신경을 써드리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보다 더 건강하셨을 때 모시고 다니며 여행을 시켜 드릴 걸 하는 마음에 후회가 됐다.    

       

<비행기 안에서>  

    

마지막 비행일지도 모릅니다   

   

그 많은 세월이

언제 이리 지나간 걸까요      

주위가 어두워진 저녁

그렇게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깜깜한 주위에 공항 터미널은 

환히 불이 밝혀져 있고      

우리를 태운 비행기는 

힘차게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습니다   

   

한 시간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밤하늘의 별과

땅 위의 불 빛을 바라보며

유유히 비행하였습니다  

    

하늘 높이 날던 비행기는

서서히 고도를 낮추어

환하게 불 밝혀진 활주로에

무사히 착륙하였습니다     

 

비행기 트랩을 내려와 

타고 온 비행기를 다시 바라봅니다      


기회가 된다면 

나의 모든 것을 주신 당신과 함께 

다시 한번 비행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번이 부모님과 함께하는 마지막 비행기 여행이 아니길 기원했다. 유채꽃이 피는 봄이 오면 또 한 번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제 너무 바쁘게 살지 않으려 한다. 여유 있게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며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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