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깊어가고

by 지나온 시간들

친구야,

봄은 왔지만 아직은 많이 쌀쌀한 것 같아. 네가 있는 그곳은 어떤지 모르겠구나. 밤이 깊어가고 있어. 왠지 잠이 오지 않아 나도 모르게 너에게 편지를 쓰게 되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 만약 내가 커다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나를 도와주는 사람은 과연 누가 있을까? 거꾸로 생각해보면 나는 그 누군가에게 도움을 얼마나 줄 수 있는 사람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동안 나는 다른 사람에게 그리 많은 도움을 주며 살아온 것 같지는 않아. 내가 하는 일에 바빠서, 내가 너무 여유가 없어서, 어차피 나에게 도움을 주지 않을 사람이니까 나도 외면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도와주었다고 해도 나에게 고마워하지도 않을 것 같아서, 그런 여러 가지 이유로 나는 어려움에 처해 있었던 사람에게 따뜻한 위로나 실질적인 도움도 주지 못하고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물론 나름대로는 가까운 사람에게 도움을 어느 정도는 주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한데, 진실한 마음을 가진 진정 어린 도움을 주지는 못했던 것 같아. 좀 더 도와줄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그러지 못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후회가 되기도 해.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나에게 도움을 청했을 때 정말 큰 어려움에 처해 있었던 사람도 있었을 텐데, 나는 그의 처지를 깊게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지나가는 일인 것처럼 그렇게 그의 도움을 구하는 손을 외면했었는지도 몰라. 만약 그랬더라면 그는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그 상처의 아픔은 그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나의 책임이겠지. 어려움에 처해 있었던 그를 나의 마음이 조금만 더 살펴주었더라면 그에게 그러한 상처를 주지는 않았을 텐데.


사람은 살아가다 보면 누군가는 한 번이라도 어려움에 부닥치게 되는 경우가 있기 마련일 거야. 그때 누군가가 그의 어려움을 함께 해준다면 그에게는 정말 커다란 힘이 될 텐데, 선뜻 그러한 도움을 주는 사람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그리워.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겠지. 나는 언제쯤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일까?


내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누군가가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 하지만 그전에 내가 어려움에 있는 사람에게 먼저 도움을 줄 수 있어야겠지. 그래야 내가 어려울 때 그 누군가가 도와줄 수 있을 테니까.


누군가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만큼 가슴 아픈 것은 없는 것 같아. 그 외로움과 서러움은 가슴에 깊이 묻혀 삶의 커다란 상처로 남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우리가 그러한 상처 없이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너에게 어떤 도움을 주며 살아왔는지 생각해봤어. 너는 내가 힘들 때 따뜻한 손을 내밀었던 것 같은데 나는 과연 어땠는지 잘 모르겠어.


친구야,

네가 어려움에 처해 있게 되는 상황이 오면 언제든지 나에게 알려 주면 좋겠어. 비록 내가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나누면 힘이 되지 않을까 싶어. 나도 힘들 때 너에게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혼자 그 어려움을 감당하기 힘들 경우도 생길 수 있으니까. 너에게 편지를 쓰다 보니 밤은 더욱 깊어가고 있네. 아직은 쌀쌀한 봄이지만 조금만 더 지나면 따뜻한 날이 오겠지. 노란 개나리도 피고 예쁜 진달래도 필 거야. 이제 조금이라도 눈을 붙여야겠다. 아침부터 일이 많으니까. 다음에 또 편지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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