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오늘은 헤세의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을 읽었어. 중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헤세여서 그의 작품은 거의 다 읽었는데, 엊그제 학교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어. 처음 본 책이라 바로 빌려서 읽었어.
주인공인 클링조어는 화가야. 아마 헤세가 좋아했던 고흐를 모델로 삼아 소설을 쓴 것 같아. 예술가로서 삶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미술 세계를 창조해 가려는 주인공의 치열한 삶을 그린 이야기야.
“계속해서 즐기면서, 계속해서 창조적으로, 모든 창문들 뒤쪽에서 매일 낮 음악이 울리고 매일 밤 수천 개의 촛불이 반짝이는 성처럼 계속해서 모든 감각과 신경을 명료하게 극도로 긴장시킨 채, 그는 매일 낮 여러 시간 동안 열정적으로 작업하고, 매일 밤 여러 시간 동안 열정적으로 생각했다. 이제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미 힘은 많이 소진되었고, 시력도 많이 약해졌다. 삶은 많은 피를 흘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얼마나 열정적으로 나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생각하게 되더라. 주인공 클링조어는 자신만의 세계를 담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그의 모든 것을 바쳐서 살았어. 예술가로서 완벽한 삶을 살아가려는 클링조어가 한편으로는 많이 부럽기도 했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살아갈 수 있는 그 뜨거운 열정을 나는 오래전에 잊어버린 것 같아.
“내 말은, 오늘은 결코 다시 오지 않으며 오늘을 먹고 마시고 맛보고 냄새 맡지 않는 사람에게 영원히 절대로 두 번 다시 주어지지 않는다는 거야. 태양은 두 번 다시 오늘처럼 빛나지 않을 거야. 태양은 하늘에서 목성과 나와 아고스토와 에어질리아, 우리 모두의 성좌를 이루고 있어. 이러한 상황은 결코, 결코 다시 오지 않아, 수천 년이 지나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이야. 행운이 올 것 같으니까 나는 지금 당신 왼쪽으로 조금 다가가서 당신의 에머랄드 빛 양산을 받쳐 들고 싶어. 그러면 양산 빛으로 인해 내 머리가 오팔처럼 보일 거야. 하지만 당신도 같이해 줘야 하고 노래를 불러야 해, 당신이 아는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주인공 클링조어는 오직 오늘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데 관심이 있을 뿐이야.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삶의 길을 거부하고, 자신의 예술을 위해 오늘이라는 현재가 존재하고 있고, 오늘을 온전히 자신의 예술을 위해 살아가는 것만이 그의 삶의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하지.
나이가 들수록 나의 내면에는 뜨거운 열정이 사라지는 것 같아. 물론 그것이 인지상정인지는 모르지만, 가끔씩은 나이가 들었어도 나의 내면의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그러한 것이 있으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에게는 어떠한 일들이 지금 나의 위치에서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것일까? 어떤 중요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그러한 열정이 꼭 필요할 텐데, 현재 나에게 그러한 정열이 없다는 것은 내가 앞으로 어떠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은 속이 상했어. 젊었을 때의 그러한 정열은 아닐지라도 지금 나의 에너지를 어느 정도 쏟아부을 수 있는 그러한 일들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어. 찾다 보면 조만간 어떤 것 하나라도 발견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