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을 벗어버리고

by 지나온 시간들

친구야,

이제 봄이 가까이 온 듯한 느낌이야. 낮에는 햇살도 따뜻하고 조금만 더 있으면 예쁜 꽃이 하나씩 피겠지. 주말에 여유가 있으면 야외로도 나가볼 생각이야. 바람 쐬면 기분도 좋아지니까.


예전에 초등학교 다닐 때 봄 소풍 갔던 일을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날 우리가 보물 찾기를 하려고 산속을 헤매고 다녔는데 갑자기 어떤 아이가 깜짝 놀라 지르는 소리에 다들 몰려가 보니 뱀 허물이 있었던 거야. 그 여자아이는 너무 놀라 막 울고 있더라. 나는 그 아이가 불쌍해서 한참이나 쳐다보다가 뱀 허물이 있는 곳에 가까이 가 보았지. 그 뱀 허물은 사실 내가 보기에도 좀 끔찍하기는 했어. 그것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나도 모르게 뱀은 왜 허물을 벗는 것인지 너무 궁금해지더라. 울던 여자아이도 잊어버린 채 나는 뱀이 허물을 벗는 이유에 대해 나도 모르게 한참이나 생각에 잠겼었어. 그때는 우리가 초등학교 2학년 정도였으니 생각해도 알 리는 없었지. 소풍이 끝나고 집에 와서 이리저리 찾아보긴 했지만, 우리 집에는 백과사전도 없고 아무런 과학에 관한 책도 없어서 결국 그 답을 찾지는 못했어.


다음날 학교 도서관에 가서 사서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뱀에 대한 책을 찾아주시더라. 그 책을 읽어보고서야 뱀은 성장을 하기 위해 허물을 벗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어떤 뱀의 경우에는 1년에 10번이 넘도록 허물을 벗기도 한다는 것을 그때 알고 나도 엄청 놀랐던 것이 기억에 생생해. 뱀은 그렇게 자신의 허물을 벗고 성장하고, 다시 허물을 벗고 성장하는 그런 식이었던 거야.


얼마 전 우연히 읽던 책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을 발견했어. 니체의 아침놀이라는 책인데 여기에 뱀의 허물에 대한 말이 나와.

“허물 벗지 못하는 뱀은 파멸한다. 의견 바꾸는 것을 훼방 놓은 정신들도 마찬가지다. 그것들은 더 이상 정신이 아니다.”


니체는 참으로 비유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그도 아마 뱀이 허물을 벗는 것이 궁금했던 것 같아. 성장을 하기 위한 필수과정이 바로 예전의 허물을 벗어버리는 것이라는 그의 생각에 나도 고개가 끄덕여졌어.


우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허물을 벗어버려야 할지 생각해 봤어. 아마 가장 먼저 벗어버려야 할 것은 내가 항상 옳다는 독선이 아닐까 싶어. 내가 생각할 때는 바로 이것이 나의 성장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 같아. 내가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 아닐까? 나의 잘못을 확실하게 인식하는 것이 나의 내적 성장에 있어서 중요한 시작점이 되지 않을까 싶어. 성장이란 현재의 상태에서 더 나은 상태로 발전하는 것이잖아. 지금의 상태가 발전할 필요가 없다고 인식하는 한 우리는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하기 위한 필요를 느끼지 못할 테니까.


아마 완벽한 인간은 없을 거야. 그러기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류일 수밖에 없고. 나 자신에게 어떤 점이 잘못인 건지 항상 돌아볼 필요가 있을 거야. 그 잘못된 허물을 얼른 벗어버려야 지금의 모습에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른 사람의 문제를 비판하고 타인에 대해 판단하는 것 또한 자신의 아집에 비롯된 것일 수밖에 없을 거야. 타자가 옳을 수도 있다는 열린 마음을 갖고 있지 않기에 그러한 비판이 가능한 것이니까. 물론 객관적인 입장에서 타인과 자신의 의견을 나눌 수는 있지만,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허물을 쉽게 벗어버리지 못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


나는 어떤 허물을 벗어버려야 하는 것일까? 나는 나의 허물을 제대로 알고는 있는 것일까? 그러한 허물을 벗어버리기 위해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사실 내가 잘못된 허물을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 허물을 벗어버리기가 쉽지는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 뱀 같은 경우는 1년에 10번 넘도록 자신의 허물을 그렇게 쉽게 벗어버리는 데 나는 왜 그렇지 못하는 걸까? 내가 얼른 나의 잘못된 허물을 벗어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는 것 같아 사실 속상하고 아쉽기도 하거든. 니체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빨리 의견을 바꿀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을 훼방하고 있는 것은 내 안에 있는 무엇인 걸까?


우리의 잘못을 고치지 않고 계속해서 그것을 고집한다면 아마 나중에는 그것으로 인해 더 좋은 많은 기회를 놓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파멸이나 몰락까지는 아니어도 나의 삶에 있어서 더 좋은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마 분명할 거야.


친구야,

우리는 얼마나 더 성장할 기회가 남아있는 걸까? 지나온 시간 동안 그리 많이 성장하지 못한 것 같아 너무 아쉽기도 하고, 남아있는 시간 동안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꾸준히 나의 허물을 벗어버리기 위해 노력은 계속해야겠지? 언젠가 그러한 허물을 자유자재로 벗어 버릴 수 있는 때가 온다면 진정으로 나 자신으로부터 자유롭게 될 텐데. 창밖을 보니 봄 햇살이 무척이나 따사롭게 느껴지는 날이야. 다음에 만나면 야외라도 함께 나가도록 해보자. 아마 요즘에는 산에도 뱀 허물은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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