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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Mar 09. 2022

이대로도 좋다(친구에게, 3/9)

그냥 이대로도 좋다     

 

바라는 것을 이루지 못했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지만      


그냥 이대로도 좋다     

 

걱정하던 일이 일어났고

두려워했던 것이 다가왔지만      


그저 이대로라도 좋다      


그냥 다 좋아하기로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내가 할 수 없는 것이 많아도  

    

그저 다 좋아하기로 했다   

  

  친구야,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는 욕심이 많았던 것 같아. 원했던 것도 많았고 그것을 이루려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왔던 것도 사실이야. 물론 더 노력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의 한계도 있다는 것을 그러한 과정에서 절실히 깨닫게 되었어. 노력만 가지고도 불가능한 것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지금 가만히 돌이켜 보면 욕심을 그리 많이 가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물론 그렇게 했다면 내가 이루려는 목표도 더 작았을 것이고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별 차이가 없었을 것 같아. 차라리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그에 따른 다른 아픔이나 상처가 적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살아가다 보니까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으면 했던 일들도 정말 많이 일어나더라. 크게 다치지 않았으면 했지만, 교통사고로 인해 죽음이 어떤 것이지 직접 경험해 보기도 했어. 아마 운이 조금 더 나빴더라면 아마 나는 서른 살이 되기도 전에 이 세상과 작별을 했을지도 몰라. 내가 당한 교통사고를 본 사람이 평생에 쓸 운을 다 썼다고 말했으니까. 


  내가 정말 싫어하고 두려워했던 일들로 어김없이 나에게 일어났던 것 같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제발 나에게 그러한 일들이 닥치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도하고 애원했지만, 결국은 그러한 일도 나에게 일어나더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방법도 모른 채 살아왔던 시기도 있었어. 나의 무능력을 절실히 깨닫기도 했고. 


  가끔씩 생각해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도 않고, 오히려 할 수 없는 일들이 훨씬 더 많았던 것 같아. 그로 인해 사실 나 자신에게 실망하기도 했어. 


  그렇게 세월이 지나다 보니 나의 내면에는 예전의 모습이 사라져 버리고 다른 모습으로 점점 변해가는 것 같아. 이전에는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어야 무언가가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 하지만 요즘에는 그렇지 않아. 이제는 지금 상태가 어떠한 모습일지라도 그것에 만족하며 살아가려고 해. 


  어떠한 상황일지라도 이대로의 나의 모습에 만족하려고 해. 더 이상 커다란 욕심을 가지지 않을 생각이야. 어차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너무나 절실히 느끼고 있어. 지금의 모습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어. 현재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해 가장 좋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 


  그래서 매일 같이 오늘 행복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야. 즐겁고 좋은 일들을 조그만 것이라도 만들어 가려고 하고 있어. 나름대로 나를 위한 시간을 가꾸어 가는 거지. 어떠한 상황이 와도 이제는 실망하거나 마음 아파하지 않으려고 해. 그냥 이대로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항상 마음속에 담아두고 살아갈 생각이야. 


  친구야,

  너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구나. 내가 답답할 때면 아무 때나 너를 만나서 이야기했던 때가 너무나 그리운 요즘이야. 시간이 지나 점점 나이가 들수록 나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하고 넉넉한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고. 너라면 충분히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텐데. 오늘은 대통령 선거하는 날이야. 이제 아침을 먹고 투표하러 가려고. 다음에 또 이야기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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