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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Mar 09. 2022

마을과 나

 샤갈의 <마을과 나>라는 그림을 보면 나도 모르게 그림에 빠져드는 것을 느낀다. 동화 같은 상상력과 화려한 색채는 한참 동안이나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98세까지 장수했지만, 샤갈은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을 평생 유지했던 것이 아닐까? 순수하고 맑은 그의 그림에는 어두운 면을 찾아볼 수가 없다. 


  샤갈이 태어난 곳은 러시아의 변방인 폴란드의 접경지역에 있는 작은 마을 비텝스크이다. 가난한 유대인 행상인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행운의 여신이 그를 파리로 불러 그림 공부를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볼셰비키 혁명과 2차 대전 속에서도 그는 안정된 상태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불운했던 고흐에 비하면 샤갈의 생에는 행운이 많이 따랐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마음은 어린아이와 같았고 그의 그림 또한 아이 같은 순수함과 상상력이 가득하다. 샤갈의 <마을과 나>는 분명 그의 고향인 비텝스크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시골 마을임을 이 그림에서 너무나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왜냐하면 오른쪽에 있는 사람과 왼쪽의 양(말같이 생기기도 했지만)이 서로 마주 보고 평화롭게 웃고 있다. 게다가 그 남자는 목에 십자가를 걸고 있다. 종교적인 인간이라는 의미이다. 헛되이 동물의 목숨을 앗아가지 않을 사람임이 분명하니까 그렇게 양과 얼굴이 닿을 정도로 마주 보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게다가 양도 웃고 있고, 사람도 웃고 있다. 뭐가 좋아서 서로 쳐다보면서 웃는 것일까? 


  그 밑으로는 농사를 짓는 샤갈의 마을에서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나무가 있다. 풍요로운 일상이 보장된 듯 나무에는 커다랗고 먹음직스러운 과일이 달려 있다. 그 위로 염소의 젖을 짜는 여인도 있고, 밭으로 가기 위해 농기구를 들고 걸어가는 농부도 있다. 이 마을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해야 할 일로 무척이나 바쁜 듯하다. 그 위로는 유대인 성당도 있기에 이 마을 사람들은 종교적인 활동도 열심히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늘의 축복을 빌며 자신의 일을 하고 서로를 위해 주고받는 그러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아닐까 싶다. 


  샤갈이 그리는 이런 마을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따뜻한 사람들과 먹을 것, 잠잘 것 걱정 없는 그러한 마을에서 평화와 여유를 가지고 살아보는 것이 바로 천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월이 지나 모든 것이 발전을 했는데도 아직 샤갈의 마을 같은 곳은 없는 것 같다. 마음속에나 가능한 것일까? 우리는 언제 아무런 걱정 없는 그러한 사회에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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