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평범함(친구에게, 3/11)

by 지나온 시간들

친구야,

오늘은 오랜만에 새벽에 일어나서 수영을 다녀왔어. 운동을 안 하다가 하니까 조금은 힘이 들었지만 끝나고 나니 몸이 무척이나 가벼워지더라. 이제는 게으름 피우지 말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려고 해.


어젯밤에 자기 전에 편혜영의 “밤의 마침”이라는 단편 소설을 읽었어.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서 조그마한 부분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커다란 폭풍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어.


소설에서 주인공은 친구와 술을 먹다가 옆에 있던 미성년자들과 얽히게 되면서 그의 삶에 엄청난 변화가 생기는 것을 이야기하는 소설이야.


“일련의 일이 진행되는 동안 그는 회사에 자주 결근하고 주요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거래처 관리에 소홀하고 동료와 후배에게 업무를 떠넘긴다. 소문은 점점 질이 나빠지면서 회복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다. 그는 때마침 불어닥친 구조조정을 비껴가지 못한다. 이웃에 퍼진 소문 때문에 이제 겨우 초등학교 2학년인 그의 아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한다. 그와 아내는 결혼 후 처음으로 장만해 오랫동안 살던 집을 팔고 낯선 곳으로 이사를 한다. 당신을 못 믿는 건 아니야. 이게 다 당신 탓도 아니고. 모든 일이 끝난 후 아내가 말한다. 하지만 아내는 그 때문에 이 모든 일이 벌어졌고 자신과 아이가 상처를 입었다는 피해의식과 불쾌를 숨기지 못하고 점차 그에게 냉담해진다.”


어떻게 보면 친구와 술을 마신다는 것은 일상의 지극한 평범한 일일 거야. 하지만 우연히 술을 마시다 벌어진 일로 인해 주인공의 일상은 완전히 파탄이 나 버려.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없어. 그의 편이 되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심지어 아내마저 그를 외면하게 돼. 그로 인해 그의 삶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어 버리고 말지.


소설이지만 이러한 일들이 우리에게도 일어나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없을 거야. 아니, 오히려 우리의 일상에서는 이보다 더 심한 일들도 많을 거야. 생각해 보면 별것도 아닌 것이었는데, 여러 가지 일들이 겹치고 꼬이면서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버릴 수도 있는 경우가 너무나 많을 것 같아. 또한 그렇게 한번 일어난 일은 돌이킬 수가 없게 되고.


어떠한 일이 나에게 일어나도 끝까지 나를 믿어 주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를 이해하고 받아주려는 사람은 아마 그리 많지 않을 거야. 왜냐하면 대부분의 경우 각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생각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려고 하기 때문이지. 실질적으로 나의 입장이 되어서 그 모든 사실을 알아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아마 극히 드물 거야. 삶은 그래서 전혀 예측하지 않는 방향으로 되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 같아.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너도 잘 알 거야. 오히려 평범하게 살 수 있는 것이 더 위대한 것인지도 몰라. 삶이라는 것이 나의 뜻대로 원하는 대로 되어 가기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으니까.


오늘 아침에 수영을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평범한 일이지만, 나에게 어떠한 커다란 일이 생기면 수영을 할 수 있는 것도 어려울 수가 있을 거야. 나에게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고 그저 매일 같은 일상이 계속되었으면 좋겠어. 엄청난 것도 바라지 않으니까 마음 편하게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그러한 평범한 하루의 연속이 아마 하늘이 내리는 가장 커다란 축복이 아닌가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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