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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Mar 18. 2022

삶에서의 망설임

 모든 것에 자신이 없다. 지금 생각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꼭 선택을 해야만 하는 것인지도 확신이 들지 않는다. 지금 가고자 하는 길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더 이상 그 길을 가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도 알 수가 없다. 


  편혜영의 소설 <밤의 구애>는 조그만 화원을 운영하는 어떤 키 작은 남자의 그동안 살아왔던 자신 없는 삶의 과정에 이제는 작별이 필요함을 말해주는 이야기이다.


  옛 동료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교통사고로 불이 붙은 트럭을 직접 보고 나서, 어떤 마라토너의 끝없는 질주에서, 그는 더 이상 삶의 망설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인식한다. 


  그가 그동안 알고 지냈던 어떤 여인에 대해 그가 애매하게 취해왔던 마음이 더 이상 망설임의 이유로 끝낼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그는 이제 결단을 한다. 


  “수화기를 통해 여자의 가느다란 숨소리가 들려왔다. 차분하면서도 규칙적인 소리였다. 그 소리가 묘하게도 김의 마음을 가라앉혔다. 김은 여자의 숨소리에 맞춰 숨을 내쉬고 들이마셨다. 여자와 호흡을 맞추려면 조금 서둘러 숨을 뱉어야 했다. 몇 번의 시도에도 숨의 간격을 맞추기 어려워지자 김은 불쑥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여자는 잠자코 있었다. 여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두려웠지만 어떤 대꾸를 하는 것도 두려워서 오로지 여자에게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생각나는 대로 말을 이었다. 오랫동안 유심히 여자를 바라보는 기쁨을, 여자와 처음으로 우연히 팔꿈치가 스쳤을 때 박동한 심장을, 처음 여자의 손을 잡았을 때 거짓말같이 여겨지던 낯선 감각을, 그를 차분하게 하는 부드러운 숨소리를 얘기했다. 여자에게 사랑받지 못하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여자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았던 순간의 설렘을 얘기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과 사건을 만나게 된다. 그러한 것들이 우리의 삶을 그냥 스쳐 지나가 버리는 경우도 너무나 많다. 세월이 지나 그 스쳐 지나갔던 것이 자신의 삶에서 너무나 중요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기도 한다. 어쩌면 삶의 과정에서 하고 있는 어떤 망설임이 우리의 돌이킬 수 없는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이 한정된 것이라면, 그러한 망설임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내가 하고자 하는 일, 이루고자 하는 꿈, 진정으로 좋은 소중한 사람들, 그러한 것들을 우리는 그저 그렇게 스쳐 지나가게만 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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