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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Mar 17. 2022

나를 본다

감당하지 못할 만큼

커다란 아픔이 있었을 때

나를 볼 수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갈 바를 몰랐을 때

나를 볼 수 있었다 

너무나 고통스러워

하늘을 원망할 때

나를 볼 수 있었다 

믿었던 사람에게

회복되지 못할만한

상처를 받았을 때

나를 볼 수 있었다 

더 이상 내려갈 수 없을 만큼

바닥에 도달했을 때

나를 볼 수 있었다 

넘어져 일어설 

힘조차 없었을 때

나를  볼 수 있었다 

이젠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날에도

나는 스스로 나를 본다     

     

  나는 왜 나 자신에 대해 그렇게 몰랐던 것일까? 당연히 나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더 이상 알 필요 없다고 단정했기에, 가장 중요한 나 자신을 너무나 몰랐다. 


  나를 몰랐기에 내가 가는 길에서 나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나를 세워나갈 수도 없었고, 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할 수도 없었다. 그로 인해 나는 관성에 따라 늘 그저 하는 대로, 아니 세월에 지쳐 오히려 퇴보의 길만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에, 그래도 가던 길을 가더라도 충분하다고 판단했기에, 계속 몰려오는 삶의 장애물이 별것이 아닐 거라 단정했기에, 결국은 나 자신을 스스로 힘들게 만들어갔는지도 모른다. 


  나의 모든 역경과 어려움은 바로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 만든 나로 인함일 뿐이다. 그런 과정에서 그나마 나를 볼 수 있었고, 그 잃어버린 나를 찾아 이제는 새로운 나의 길을 가야 함을 인식한다. 


  더 이상의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스스로 나를 보려 한다. 그 누구도 이를 대신할 수 없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이제는 아무 일도 없는 일상에서는 나를 돌아보며, 가고 있는 길을 둘러보고, 주어진 길에 만족하며, 나 자신을 바로 세워 더 나은 의미 있는 시간을 위해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려 한다. 


  시간이 나의 편이 아닐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가고자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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