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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Mar 19. 2022

허망할 줄 알면서도

오늘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은

보다 나은 내일을 희망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오늘 내가 누군가를 만남은

그와 함께 삶을 나누기

위함일지 모른다   

   

오늘 내가 무언가를 하는 것은

나의 존재를 증명하고 싶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 모든 것이 허망할 줄 알면서도

나는 그저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허망함이 언젠간

마음 한켠에서 조그만 빛으로

승화하길 바라는

작은 소망이 있을 뿐이다     


  친구야,

  오늘은 주말인데 아침부터 봄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어. 왠지 밖으로 나가 그 비를 맞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 흠뻑 비를 머금은 대지는 따뜻한 봄 날씨와 더불어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게 될 거야.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도 무언가를 위해 그동안 참으로 열심히 살아왔던 것 같아. 내가 생각하기엔 너는 나보다 훨씬 더 열심히 살았던 것 같고.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 많은 시간을 치열하게 살아왔던 것일까? 어렸을 때나 젊었을 때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최선을 다해 살다 보면 좋은 일들만 있을 것이라 믿고 살았던 것 같아.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면, 무언가 의미 있는 것들을 이룰 수 있고, 좋은 사람들이 내 주위에 항상 많을 것이라 믿었고, 내가 바라던 꿈도 어느 정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희망했던 것이 사실이야.


  그런데 요즘 와서 생각해보면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지만, 희망했던 그런 삶을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물론 이룬 것도 있지만, 그런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도 많은 것 같고, 잘못된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어.


  아마 이러한 생각이 드는 이유는 그동안 나는 목적만을 추구한 채 살아왔기 때문인 것 같아. 내가 생각했던 목표를 이루어야 삶이 충족되고,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것이 이루어져야 행복한 삶이 완성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그것은 아마 내가 너무 생각이 없었거나,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바빠서 그랬거나, 아니면 정말 내가 무지해서 그랬을 거야. 삶은 결코 목적이나, 희망이나 이루고 싶은 꿈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내가 걸어가는 그 길의 과정에서, 하루하루 보내는 그 순간에서 삶은 존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는 내가 경험했던 삶의 허망함을 조금씩이라도 바꾸어 볼 생각이야. 어떻게 해야 그것이 가능한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간절히 바라고 소망하다 보면 또 다른 길이 보이기는 하겠지.


  오늘 봄비가 내리는 것을 느끼며, 비가 그치면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을 바라보며, 따뜻한 봄 날씨에 피어나는 예쁜 꽃들을 보며, 살며시 부는 봄바람을 맞으며, 그런 현재의 순간을 지내다 보면 또 다른 무언가를 볼 수 있는 그러한 날들이 오지 않을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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