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말인데 아침부터 봄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어. 왠지 밖으로 나가 그 비를 맞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 흠뻑 비를 머금은 대지는 따뜻한 봄 날씨와 더불어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게 될 거야.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도 무언가를 위해 그동안 참으로 열심히 살아왔던 것 같아. 내가 생각하기엔 너는 나보다 훨씬 더 열심히 살았던 것 같고.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 많은 시간을 치열하게 살아왔던 것일까? 어렸을 때나 젊었을 때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최선을 다해 살다 보면 좋은 일들만 있을 것이라 믿고 살았던 것 같아.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면, 무언가 의미 있는 것들을 이룰 수 있고, 좋은 사람들이 내 주위에 항상 많을 것이라 믿었고, 내가 바라던 꿈도 어느 정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희망했던 것이 사실이야.
그런데 요즘 와서 생각해보면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지만, 희망했던 그런 삶을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물론 이룬 것도 있지만, 그런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도 많은 것 같고, 잘못된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어.
아마 이러한 생각이 드는 이유는 그동안 나는 목적만을 추구한 채 살아왔기 때문인 것 같아. 내가 생각했던 목표를 이루어야 삶이 충족되고,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것이 이루어져야 행복한 삶이 완성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그것은 아마 내가 너무 생각이 없었거나,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바빠서 그랬거나, 아니면 정말 내가 무지해서 그랬을 거야. 삶은 결코 목적이나, 희망이나 이루고 싶은 꿈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내가 걸어가는 그 길의 과정에서, 하루하루 보내는 그 순간에서 삶은 존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는 내가 경험했던 삶의 허망함을 조금씩이라도 바꾸어 볼 생각이야. 어떻게 해야 그것이 가능한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간절히 바라고 소망하다 보면 또 다른 길이 보이기는 하겠지.
오늘 봄비가 내리는 것을 느끼며, 비가 그치면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을 바라보며, 따뜻한 봄 날씨에 피어나는 예쁜 꽃들을 보며, 살며시 부는 봄바람을 맞으며, 그런 현재의 순간을 지내다 보면 또 다른 무언가를 볼 수 있는 그러한 날들이 오지 않을까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