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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Mar 21. 2022

혼자가 아니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내리쬐는

사막 한가운데를 건널 때도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멀리 보이는 지평선

끝없이 펼쳐진 대륙을 지날 때도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검은 먹구름 앞이 보이지 않는

폭풍우를 헤치고 나갈 때도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끝없이 내리는 폭설과

몸서리쳐지는 추위를 지날 때도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혼자가 아니었기에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섭씨 50도에 가까운 사막 한복판을 지날 때, 과연 내가 이 끝없는 사막을 건널 수가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대기는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뜨거운 공기로 가득 차 있었고, 주위에 생명체를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오로지 시뻘건 대지와 돌멩이뿐, 식물조차 찾아보기 힘든, 사람이 살기에는 불가능한 그런 땅이었다. 어디까지 이 사막이 이어져 있는지도 알 수 없었고, 언제 사막을 벗어날 수 있을지 감을 잡을 수도 없었다. 


  20대 중반 세상에 대한 경험도 별로 없이,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나 홀로 오직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을 원망하며 그렇게 그 넓은 사막 속에서 조금씩 앞으로 가야만 했다. 


  평생 지평선 한번 본적도 없었던 나는 하루종일 달려도 계속 이어지는 지평선을 보며 도대체 이렇게 끝없이 넓은 대지를 언제 가로질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오직 하늘과 땅, 그리고 나만 존재하는 듯한 착각으로 머릿속이 하얘질 정도로 어질어질했다. 사람이 사는 땅이 맞는 것인지, 아무리 달려도 인적조차 드문 그러한 무한한 대륙의 한복판에서 나는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났는지 엄청나게 쏟아지는 폭우는 내 평생 처음 경험해 보는 어마어마한 물 폭탄이었다. 노아의 홍수가 어떤 것인지 온몸으로 직접 경험할 만큼 쏟아붓는 폭우 속에서 앞으로 갈 수조차 없이 떠내려가지 않기만을 바라며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춘 채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그 엄청난 폭우가 그치기만을 기도했다. 눈앞에 도로가 있었지만, 그 도로조차 보이지 않아 전혀 전진해 나갈 수가 없었던 그 상황은 공포 그 자체였다. 물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직접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알지 못한다. 


  2주일이 넘도록 쏟아져 내리는 끝없는 폭설에 구토를 느꼈다. 그 엄청난 하늘에서 쏟아지는 폭설에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았고, 제발 신이 있다면 눈 좀 그치게 해달라고 엎드려 빌고 싶었다. 앞면의 모든 근육이 마비될 듯한 강추위로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고, 온몸이 다 얼어붙을 것 같은 혹한의 추위는 생각할 수 있는 정신마저 혼미해지게 만드는 것만 같았다. 


  나는 지금 어떻게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일까? 기적이라는 것은 그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한 사람에게는 정말 뼈에 사무치는 말이다. 그러기에 오늘 하루가 소중하고,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 중요하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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