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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Mar 21. 2022

씨뿌리는 사람

 고흐는 1888년 2월 무기력한 자신에서 벗어나고 싶어 기차를 탔다. 춥고 우울한 파리에서 더 이상 버틸 자신도 없었다. 열여섯 시간에 걸친 기차 여행 끝에 그는 프랑스 남쪽 프로방스 지방인 아를르에 도착했다.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이 오자 아를르는 새로운 세계로 변해갔다. 따뜻한 태양으로 생명이 움트기 시작했고, 사방에 꽃이 피기 시작했다. 숲속에서는 새들이 지저귀고, 들에서는 농부들이 바쁘게 오고 갔다. 파리에서는 보기 힘든 그 광경에 고흐는 새롭게 마음을 먹는다. 


  생명이 새로 태어나듯, 한동안 그림 하나 그릴 수 없었던 고흐에게 새로운 의욕이 솟아올랐다. 들판에 가득한 해바라기, 내리쬐는 태양, 눈부신 생명의 탄생속에 그도 하나가 되고 싶었다. 


  새로운 생명은 시작이 필요하다. 아무것도 없는 거친 들판에 그는 생명의 근원인 씨를 뿌리고 싶었다. 그 씨가 땅속에서 움터 풍성한 수확을 이룰 수 있도록 해주리라 믿었다. 그 또한 자신이 꿈에 그리던 자신만의 아름다운 그림을 탄생시키고 싶었을 것이다.


  그 소원을 염원하면서 그는 힘차게 밭에 나갔다. 바구니 한가득 씨앗을 담아서 거침없이 들판에 새로운 생명의 근원을 뿌려나갔다. 그의 꿈이 곧 이루어지리라는 희망을 품고서 그는 내리쬐는 태양 아래 모자를 눌러쓰고 자신의 모든 것을 다해 그렇게 씨를 뿌려 나갔다. 


  그의 열정은 활화산 같이 타올라, 하얀 캔버스에도 그의 그림이 완성되기 시작했다. 자신만의 고유한 그림의 세계에 빠져 그는 비로소 자아를 캔버스 위에 실현시킬 수 있었다. 그가 들판에 씨를 뿌렸듯이 그는 자신의 그림의 씨앗을 자신의 모든 것을 하얀 캔버스에 담았다. 자신의 영혼과 생명까지 불어넣은 자신만의 그림을 그는 그렇게 탄생시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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