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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Apr 08. 2022

존재 자체만으로도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다. 어릴 적 우리 집 바로 뒤에는 조그마한 산이 있었다. 저녁을 먹고 강아지를 데리고 홀로 그곳에 가서 어두운 밤하늘을 한참이나 바라보다 돌아오곤 했다. 


  그런 인연이었는지는 모르나 석사 과정 때 천문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망원경으로 매일 태양을 찍었다. 밤에 별을 바라보며 일하고 싶었지만, 그곳은 태양을 관측하는 천문대라서 낮에 일을 해야 했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어서 매일 하는 일들이 즐거웠다. 


  나는 왜 별을 좋아했을까? 밤하늘을 바라보면 항상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어서 그랬던 것일까? 일 년 내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북극성, 그 주위에 있는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 아주 어릴 때부터 매일같이 그 별들을 바라보았다. 


  뒷동산에 올라가지 않은 날은 마루에서 앉아 있다가 마당으로 나와 밤하늘의 그 별들을 바라보고 나서야 잠자리에 들곤 했다. 매일 같이 보았지만, 항상 그 자리에서 나를 내려보는 것 같았다. 비가 오는 날이나, 눈이 오는 날은 잠시 사라졌지만, 일 년 내내 그 자리에서 나의 밤을 지켜주는 것 같았다. 나의 밤을 지켜준다는 것, 언제나 무슨 일이 있어도 나의 옆에서 나를 지켜준다는 것, 어쩌면 그것만큼 눈물 나는 것은 없을 것이다. 


  별을 바라볼 때마다 변하지 않음을 생각한다. 일 년 내내 내가 별을 바라보는 것 같이 별도 그 자리에서 항상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부족한 것이 많은 사람이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나를 판단해 봐도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많다. 나에게 어떠한 결점이 있는지 하얀 종이에 써보라고 한다면, 아마 하도 많아서 한 페이지로도 부족할 것이다. 나는 나의 단점을 너무나 잘 안다. 더 큰 문제는 그러한 잘못된 점을 잘 고쳐 나가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속히 그러한 결점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도 그러지 못해 나 자신이 답답하기도 하다. 


  나의 그런 부족한 점에도 불구하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나의 단점을 탓하지 않고, 그저 나를 포용해 주는 그런 존재가 나에게는 있다. 밤하늘의 별과 같이, 조용히 나를 바라보기만 한다. 잘나지도 못하고, 내세울 것도 없는, 부끄럽고 결점 투성이 존재인 나를 그냥 밤하늘의 별처럼 변함없이 나를 보고만 있다. 나는 아마 축복을 많이 받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한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그러한 존재가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나는 진정 신에게 감사한다. 더 이상 바라지도 않으니 그 존재가 오래도록 내 옆에 있어 주길 희망할 뿐이다. 아주 어릴 적부터 보아왔던 저 밤하늘의 별처럼, 항상 그 자리에서 나를 내려다보았고, 나는 내가 있는 자리에서 매일 밤하늘을 바라보았던 것처럼, 영원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내가 항상 바라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 존재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나에게는 충분하다. 그 이상 더 바라지도 않는다. 매일 밤 저 어두운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내가 쳐다볼 수 있듯이, 그저 존재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나에게 잘못된 것이 있어도, 나의 부족한 결점에도 불구하고, 있는 그대로 그 자리에서 나를 받아주기만 하는 그 존재는 저 밤하늘의 별과 다를 바 없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나에게는 소중하기에, 그 존재는 나의 가슴속에 영원히 빛나는 별로서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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