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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Apr 10. 2022

인간관계의 이중성

근대 과학을 완성한 뉴턴은 운동의 법칙과 만유인력의 원리를 만들어 낸 것으로 유명하다. 뉴턴은 또한 빛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그는 직접 프리즘을 만들어 빛의 분산을 연구하기도 했고, 광학(Optics)이라는 책도 저술하였다. 뉴턴은 어떤 질량을 가지고 있는 입자는 힘을 받으면 힘의 방향으로 직진 운동하는 것에 착안하여, 빛 또한 직진하는 성질이 있기에 빛은 입자라고 주장하였다.


  뉴턴과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네덜란드의 과학자 호이겐스는 뉴턴의 빛의 정체성에 대한 이론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빛의 실험적 성질을 관찰한 결과, 파동으로서만 가능한 빛의 성질들을 알아냈다. 회절, 분산, 굴절 등이 그것이다. 만약 빛이 입자로만 이어져 있다면 이러한 실험 사실들은 불가능하기에 파동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 이후 영국의 실험물리학자였던 토머스 영은 뉴턴과 호이겐스 중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알아내기 위하여 면밀한 실험에 착수하였다. 그는 빛의 이중 슬릿 실험을 성공시킴으로써 호이겐스의 이론이 맞음을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었다. 뉴턴의 빛의 입자론은 그의 실험으로 말미암아 종지부를 찍을 수밖에 없었고 그 이후 19세기 말까지 빛은 파동이라는 이론이 대세를 이루게 되었다.


  19세기가 다가오면서 물리학의 새로운 실험적 성과들이 나타났는데, 그중에 하나가 광전효과이다. 빛을 금속에 쬐어주면 전원장치가 없이도 어떤 조건하에서 전류가 발생하는 데 이 실험의 결과를 이론으로 분석하기 위해 당시까지 대세였던 빛의 파동성을 적용시켰다. 하지만 빛의 파동성은 광전효과에 있어서 성공적이지 못했다.


  이때 등장한 사람이 바로 알버트 아인슈타인이었다. 모든 과학자가 빛의 파동성이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그는 광전효과를 설명하기 위해 뉴턴의 빛의 입자 이론을 적용시켰다. 다른 사람들의 상상과는 달리 아인슈타인은 빛의 입자설로 광전효과를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었고 이 결과를 1905년 논문으로 발표했다. 1921년 아인슈타인은 이 광전효과에 대한 업적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다.


  그 이후 물리학자들은 빛의 정체성에 대해 심각하게 논쟁을 벌였고, 빛은 파동성과 입자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것이 바로 빛의 이중성이다. 빛은 어떤 경우에는 파동으로서 작용하고, 어떤 경우에는 입자로 작용하게 된다. 그 상황에 맞는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우리 인간의 경우 어떤 사람의 성격을 내성적이냐, 외향적이냐 구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내성적인 성격과 외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가, 그 상황에 따라 어떤 때는 내성적인 행동으로, 어떤 때에는 외향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우리 내면의 세계에도 그러한 이중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 각자의 내면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서도 이러한 이중성이 보다 현명할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그의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고 마음에 들어 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을 싫어하거나 미워하게 되면, 그가 가지고 있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의 단점만 말하고 그가 하는 모든 것들을 싫어하게 된다.


  오래도록 함께했던 친구나 연인이라도 그 사람이 어느 순간 마음에 들지 않게 되면 더 이상 그와 가까이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처음에는 그가 단점이나 부족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모든 것을 다 좋아하다가, 시간이 지나 그가 어느 순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의 모든 것을 배척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인간관계에서도 이중성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다. 그가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고, 내가 좋아하고 있더라고,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그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싫어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는 어느 정도 장점과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를 아무 생각 없이 내가 싫어한다는 이유를 배척하지 않는 것이다.


  대학에도 보면 비슷한 말이 있다.      


  故好而知其惡(고호이지기오)

  惡而知其美者(오이지기미자)

  天下鮮矣(천하선의)     


그러므로 그를 좋아하면서도 그의 나쁨을 알며,

그를 미워하면서도 그의 좋은 점을 아는 자는 천하에 드물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는 완벽하지 않으며,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는 좋은 점이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것을 알고 살아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기에, 이러한 사실을 진정으로 알고 이해하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대학이란 커다란 배움이기에 이러한 것들을 배워나가는 것이 진정한 앎의 세계라 할 것이다.


  사실 내가 싫어하고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가지고 있는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를 나의 내면에서 밀어내고 배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의 마음이 객관적이고 진실한 사실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그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의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객관적인 사실을 놓치게 될 수밖에 없다.


  빛의 이중성처럼 우리의 마음에도 이러한 인간관계의 이중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내가 아무리 미워하고 증오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의 장점이나 좋은 점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것들이 진정으로 인간관계에 있어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편견과 선입견으로 장점이 많은 사람을 잃을 수도 있고, 단점이 있는 사람의 객관적인 현실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빛의 이중성 이론은 빛의 현상에 있어 모든 것이 설명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인간관계의 이중성으로 우리는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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