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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Apr 10. 2022

누구였을까?

길을 가다 뭔지 모를 무엇에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꺾인 다리에 무릎마저

꿇게 되었습니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흙먼지에

온몸이 뒤집어 써졌습니다 

넘어진 내게 누군가 다가와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 손을 잡고 

다시 일어섰습니다 

누구였을까요?

나에게 다가와 

손을 잡아주었던 그 사람은 

그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힘들었던 나의 손을 

잡아주었던 그 순간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에게나 힘든 시절이 있기 마련이다. 어렵고 고통스러운 시절 없이 평탄하게 삶이 계속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러한 평안한 삶을 아무리 원한다고 해도 우리의 삶은 우리가 바라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삶의 무거움에 걷는 것조차 힘들고,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같이 외롭고, 어디로 가야 할지 전혀 알 수도 없는 그런 시절이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 삶에 더 이상 희망도 보이지 않았다. 살아가야 할 이유도 잃어버렸고, 그동안 치열하게 살아왔던 것이 후회만 되었다. 

그렇게 무릎을 꿇고 삶에 두 손을 다 들어버렸던 시절, 그 누군가가 다가와 나의 손을 잡아주었다. 쓰러진 나의 몸을 일으켜 주고, 나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다는 것을 잘 안다고, 지금의 어려움도 모두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이 시기만 넘기면 좋은 날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기운 내라고 그렇게 나에게 응원을 보내주었다. 

나는 그 손을 잡았다. 그 손을 꼭 잡고 다시 일어섰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모든 것을 버렸다. 나 자신을 철저히 버리는 순간, 다른 세계가 보였다. 그 세계를 향하여 다시 시작할 수 있으리란 희망을 보았다. 용기를 내라는 말에 마음을 다잡았다. 새로 시작하면 된다고 마음을 고쳤다. 어차피 이생에 왔을 때 내가 가지고 온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동안 내가 얻었던 것도 모두 내 것이 아니었다. 이생을 마칠 때, 내가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음을 모두 비우고 나니 새롭게 태어날 수 있었다. 

이제는 예전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나로서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 잃은 것이 소중하기는 하나, 더 이상 나에게는 그것이 존재하지 않음을 잘 알았다. 지나온 시간이 서럽고 아쉽기는 했지만, 남아있는 시간도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했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 나에게 말없이 다가와 나의 손을 잡아주었던 그 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손은 이제 나의 가슴에서 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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