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의 표범은 무엇을 찾아 그 높은 곳까지 간 것이 아니다. 가다 보니 거기에 다다른 것이다. 표범은 따스한 먹을 것이 풍부한 넓은 평원에서 사는 게 당연하다. 항상 그것을 원했을지도 모른다.
표범이 만년설로 뒤덮인 그 킬리만자로의 높은 곳으로 가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표범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흘러 흘러 만년설이 덮인 킬리만자로의 높은 그곳에 간 것은 아닐까?
우리의 삶은 어디로 갈지 모른다. 자신의 인생일지라도 본인이 생각한 대로, 계획한 대로 그렇게 가지는 않는다. 원하지 않았던 일들이 우리에게 닥치고 그러는 가운데 내가 생각지도 않았던 곳으로 우리 인생은 흘러간다. 자신이 인생을 본인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만을 넘어 몽상일 뿐이다. 그러한 삶을 사는 사람은 이 지구 상에 결단코 단 한 명도 없다.
삶은 우리가 예기치 않은 곳으로 흘러간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 해도 안 되는 것이 너무나 많다. 의도하지 않았던 일들이 우리의 삶에 파고들어 그동안 꿈꾸었던 우리의 아름다운 일상이 다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사랑을 찾다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만, 그 사랑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가 없다. 사랑이 우리의 삶의 모든 것을 채워주는 것일까? 사람이 변하듯 사랑도 변하는 것은 아닐까?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변하지 않는 사랑이어야 하지 않을까? 사람이 변하기에 사랑도 변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한 사랑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어디에 운명을 걸어야 할까? 운명을 걸어야 할 만큼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운명을 걸어 치열하게 살았지만 그 끝이 보장되는 것이기는 할까? 모든 것을 걸어야 할 만큼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은 존재하는 것일까?
따스한 대평원에서 마음껏 달리던 아프리카의 표범도 길을 잃어 헤매고, 먹을 것이 떨어져 굶주림에 고통받고, 폭풍우와 가뭄에 견디지 못해 평원을 떠나야만 했다.
그렇게 흘러 흘러 부족할 것 없을 것 같던 그 표범도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킬리만자로의 산속으로 흘러들어가게 된 것은 아닐까? 우리도 그렇게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되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