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나온 시간들 Apr 26. 2022

반딧불을 쫓아

반딧불을 쫓았습니다

이리로 저리로      


반딧불을 따라다녔습니다

이리로 저리로    

  

반딧불을 잡고 싶었습니다

너무나 예뻐 보였기에   

   

드디어 반딧불을 잡았습니다

손 안에서 반짝반짝합니다   

   

손안에 있는 반딧불이 너무 예뻤습니다

오래도록 바라보았습니다   

   

갑자기 손안에 있는 반딧불이 

불쌍해 보였습니다     

 

손을 펼쳐 반딧불을 놓아주었습니다

내 손에서 살 수가 없기에      


그게 전부였습니다


  친구야,

  봄비가 내리고 있어. 어젯밤부터 내리는 비는 새벽에 일어나 보니 아직도 내리고 있네. 창문을 열고 새벽 공기를 방 안으로 들이니 너무 상큼하고 좋은 것 같아.


  공기가 신선하니 갑자기 예전에 반딧불 잡던 기억이 나. 너도 알다시피 반딧불은 아주 공기가 깨끗한 곳이 아니면 살지를 않지. 


  어스름하게 어둑해지기 시작하면 반딧불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는데. 수백 마리가 날아다니는 그 모습이 너무나 예뻐서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넋을 잃기도 했던 것 같아. 


  그렇게 반딧불을 바라보다가 마음이 동해 반딧불을 잡으러 마냥 쫓아다녔지. 반딧불은 내가 잡아본 곤충 중에 가장 잡기 쉬웠던 것 같아. 그냥 따라다니다 두 손으로 반딧불을 폭 감싸고 바로 내 양손 안으로 들어오니까. 


  그렇게 잡힌 손 안의 반딧불은 내 손에서 탈출할 생각도 하지 않고 너무도 편하게 반짝반짝거렸지. 다른 곤충들은 잡히면 어떻게든 도망가려고 노력하는 데 반딧불은 전혀 그러지 않더라. 


  손 안에서 반짝이는 반딧불을 보면 너무나 황홀했어. 그것을 바라보노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완전히 몰입을 했었지. 하지만 반딧불을 내가 키울 자신은 없었어. 너무나 연약해 보여서 집안으로 가지고 가면 바로 죽을 것 같았지. 결국 하는 수 없이 한참 바라보던 반딧불을 놓아줄 수밖에 없었어.


  그렇게 열심히 따라다니며 잡았는데, 내 손안에 있었던 시간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았어. 하지만 그 몇 분이 나에게 더없는 행복과 기쁨을 선사했던 것 같아.


  그동안 살아오면서 나는 무엇을 쫓아다녔던 것일까? 그것들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이었을까? 그렇게 열심히 치열하게 뛰어다녀 얻기는 했지만, 어차피 내 손에서 언젠가는 떠나가야 하는 것들이 아니었을까? 


  그래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나마 나에게 잠시 기쁨과 행복은 있었다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세상에 영원한 것은 하나도 없으니까. 반딧불을 바라보고 황홀했던 것처럼, 나에게도 황홀한 인생의 순간들은 있었던 것 같아. 나는 이제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아.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