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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Apr 28. 2022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친구야,

  어제는 한국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보았어. 개봉할 때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극장을 갈 시간도 없었고, 아직까지는 극장에서 팝콘이나 음료수를 먹을 수가 없으니 별로 극장에 가고 싶지도 않더라구.


  이상한 나라는 바로 북한이야. 북한에서 뛰어난 수학자로 이름을 날리던 이학성(최민식)이 남한으로 내려와 고등학교 경비 일을 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야.


  사실 내가 이 영화가 개봉되기 전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예전에 보았던 수학과 관련된 영화 <뷰티플 마인드>와 <굿 윌 헌팅>을 너무나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이야. 뷰티플 마인드와 굿 윌 헌팅이 좋았던 것은 수학에 관련된 인간적인 모습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우리나라에서 수학을 주제로 해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 그리 흔한 것은 아니라서 어떠한 내용으로 그 영화가 만들어졌나 궁금했어. 


  이학성은 어린 시절 세계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따낼 정도로 타고난 수학적 재능을 가지고 있었어. 하지만 그는 북한에서 자신의 수학적 능력이 오로지 무기를 만드는 데 이용되기만 하는 것에 회의를 느껴 결국 탈북을 하게 돼.


  아는지 모르겠지만, 북한에서는 물리학이나 수학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은 북한 당국이 요구하는 일들을 잘 해내면 사실 영웅 대접을 받기도 해. 


  비록 허구이기는 하지만 이학성 정도 되는 학자라고 한다면 북한에서는 최고의 영웅 호칭을 받을 수 있고, 집이나 자동차 등 모든 경제적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에 아무런 걱정 없이 살 수 있었을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학성은 왜 탈북을 해서 한국으로 내려온 것일까? 비록 영화라서 허구이긴 하지만 영화의 흐름을 보아서는 이학성은 학문 그 자체를 좋아했던 것이 아닐까 싶어. 그는 오로지 수학을 학문으로서 생각했던 것이고, 따라서 그는 자신의 재능을 순수한 학문을 하는 데 사용하고 싶었을 거야. 하지만 북한 당국은 그의 그러한 뛰어난 재능을 순수학문이 아닌 무기를 개발하고 만들어 내는 데 사용하게 하니 그는 그것이 싫었던 게 아닌가 싶어.


  세계적으로 뛰어난 수학자들의 삶은 보면 이학성 같은 경우가 대부분일 거야. 수학적으로 극히 어려운 난제를 해결하고 나서 느낄 수 있는 성취감과 만족감,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나서 느낄 수 있는 희열, 다른 사람이 해결하지 못한 것을 풀어내고 나서 느끼는 우월감, 바로 이러한 것들이 순수학문을 하는 즐거움이 아닐까 싶어. 


  이학성은 이러한 것들을 알고 있었고, 자신의 인생을 1년 내내 신무기를 개발하는 데 사용하는 데 보다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기쁨을 누리면서 살고 싶었을 거야. 


  다만 문제는 아내를 데리고 올 수 없었고, 함께 온 아들은 엄마가 보고 싶어 혼자 다시 임진강을 건너 엄마에게 가려다가 한국 군인의 총에 맞아 사망하게 되고 돼. 이러한 일들로 인해 이학성은 자신을 은폐하면서, 자신의 선택에 대해 후회를 하면서 한국에서 살고 있었어. 그러다 자신이 근무하던 고등학교에 다니는 한 남학생과 인연이 되어 함께 수학의 즐거움을 다시 느끼면서 예전의 아픔을 조금씩 회복하는 과정을 겪게 되지.


  하지만 이학성이 한국에 살면서 느낀 것은 수학이라는 것이 오로지 대학 입학과 자신의 출세를 위해 이용되고,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많은 입시 부정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실망을 하기도 해. 한국도 북한이나 마찬가지로 학문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는 사실이지. 학문을 하는 이유를 진정으로 알고 있다면 이러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을 텐데 현실은 결코 그렇지가 않은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


  영화에서 이학성은 과거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이겨내면서 오랜 연구 끝에 결국 “리만 가설”을 증명하게 되지. 리만 가설을 수학에서 정말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난제 중의 난제야. 영화에서는 이학성이 이 난제를 증명한 것으로 나오지만, 사실 리만 가설은 아직까지도 해결되지는 않고 있어. 


  지난 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 세계에서 내놓으라 하는 수많은 천재 수학자들이 이 난제를 증명하려고 노력하였지만, 아직 그 누구도 풀지 못한 문제야.


  만약 이 리만 가설을 증명한다면 그는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수학자의 반열에 오르는 것은 너무나 확실한 사실일 거야. 


  나는 나름대로 이 영화를 오랜만에 재미있게 봤어. 우리나라에서는 이제는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 우리나라만이 생각할 수 있는 북한과의 특수성까지 고려해서 시나리오를 써서 새롭기도 했어. 하지만 조금 과장된 것도 없지는 않아 아쉬움도 있기는 해. 


  친구야, 

  너도 시간이 되면 이 영화를 한번 보렴. 나름대로 재미있으니까. 다음에 이런 영화가 또 나오면 좋을 것 같아. 아, 얼마 있으면 ‘명량’ 후속편이 나온다고 하니 그 영화를 볼까 싶어. 그때 기회가 되면 같이 가서 보자꾸나. 오늘은 이만 줄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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