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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Apr 30. 2022

바람은 불고

바람이 불어옵니다

이 바람은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삶 또한 어디로 가게 될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내가 알 수 있는 것

하나도 없거늘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했으니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저 바람에 내 마음을 

실어 보냅니다      

바람이 가는 대로

내 마음도 가고자 합니다      


이제는 저 바람처럼

삶이 가는 대로 가야 할 듯합니다     

     

  바람이 어디서 불어와서 어디로 가는지 보고 싶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뭇잎들이 흔들린다. 저 나뭇잎들을 보면 바람의 방향을 알 수 있을 듯했다. 나뭇잎을 한동안 바라보니 나뭇잎의 흔들리는 방향은 수시로 바뀌고 있었다. 바람도 수시로 바뀐다는 뜻이겠지. 바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다.


  나의 삶이 어디로 가는지 알고 싶었다. 아니 그 앎의 차원을 넘어 나의 뜻대로 삶을 이끌어가고자 했다. 하지만 돌이켜 보니 나의 원대로 내가 목표한 대로 이룬 것도 있으나 그렇지 못한 것들도 많음을 알았다.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 하더라도 가능하지 않은 것이, 나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이, 그 이유를 모른 채 적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노력만 한다면, 최선을 다한다면, 모두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믿었다. 내가 아는 바대로 내가 소원하는 바대로 어느 정도는 삶이 방향이 그렇게 가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의 지식은 그저 바닷가 백사장의 모래 한 줌 정도밖에 되지 않았음을 미처 몰랐다. 그 한 줌을 부여잡고 그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착각했다는 사실에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쥐고 있던 한 줌의 모래를 손바닥을 펼쳐 모두 내려놓았다. 백사장으로 떨어지는 한 줌의 모래를 보며 나의 영혼은 모래바람 휘몰아치는 사막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그 모래바람이 잠잠하기를 기다려 맑은 영혼을 되찾고 싶었다. 아침의 신선한 대기를 마시듯, 생기 없던 사막의 땡볕을 몰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다면 저 사막의 뜨거운 모래바람에 지쳐 쓰러질 것 같았다.


  이제는 바람이 어디서 불어와 어디로 가는지 관심을 갖지 않는다. 어떤 바람이 불건, 그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건, 어디로 가건 그 바람을 타고 따라가고 싶다. 기류를 타고 하늘 높이 날아가는 새처럼,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바람에 나의 영혼을 맡길 뿐이다. 


  나의 뜻은 이제 무의미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그저 바람에 나의 마음을 실어 저 바람과 함께 하려 한다. 바람의 자유가 이제 나의 것이 되기를 바라며 나의 삶에 자유를 주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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