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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May 01. 2022

걸었던 길을 멈추고 새로운 길로

가던 길을 갈 수가

없었습니다    

  

무언가에 가로막혀 있어서

아무리 헤쳐내려 해도 

     

나의 힘으로는 그것을

넘어설 수가 없었습니다     

 

체념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은 압니다     

 

자기 만족도 아니고

미련을 접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포기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왠지

서글픈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는 마음을 접어

그나마 아름답게 접어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가던 길을 버리고

이제는 새로운 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로 하였습니다     

 

지나온 길이나

새로운 길이나 

별 차이는 없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새로운 길에서

새로운 나를 만날 수는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려 합니다     


  그동안 나름대로 많은 것을 바쳐 걸어왔던 길을 접고 새로운 길을 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세월 나의 정성을 다해 그 길을 걸었건만, 이제는 더 이상 그 길을 걸어갈 수 없다는 그 자체는 커다란 절망에 빠지고 회의에 들 수 있다. 


  아무런 보람도 없이, 얻은 것도 없다는 생각도 들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또한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허락하지 않은 길, 더 이상 갈 수 없는 길은 가고 싶어도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의 한계는 분명히 있고, 아무리 소원한다고 하더라도 끊어진 길이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선택이 없다는 것이 야속하기도 하고, 지나온 시간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삶은 내가 바라는 대로 원하는 대로 그 길이 항상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이제는 내가 모르는 다른 세계가 있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내맡기고 가야 할 때임을 인식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한 용기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걸어온 길과 전혀 다른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 지나온 길에 대한 애착에서 자유롭게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뒤돌아보게 되고 멀어져 가는 그 길이 그리울 뿐이다. 


  그래도 새로운 길에서 예전의 나를 벗어버리고 새로운 나를 만나고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으니 그것으로 조그마한 위로를 삼고자 한다. 그 위로가 나를 평안하게 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에 지나온 길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그렇게 다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걸어가고자 한다. 무엇이 놓여 있는지 모를 그 새로운 길이 아픔보다는 기쁨이, 상처보다는 치유가 존재하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지라도 원망하거나 마음 상하지는 않으려 한다. 가끔 낮에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밤에는 빛나는 별을 쳐다보며 가다 보면 그 길을 가야 하는 숨겨진 뜻을 언젠가는 알 수 있으리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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