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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Apr 30. 2022

꼭 해피엔딩이어야 하니?

친구야,

오늘은 기욤 뮈소의 프랑스 소설을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만든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를 봤어. 사랑하는 사람과 인연 그리고 시간과 우리의 미래의 모습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그런 영화였어. 우리들의 한 순간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많은 사건들로 얽히고설키는 우리의 인생은 얼마나 알 수 없는 것인지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


영화에서 2015년 소아외과 과장인 수현(김윤석)은 캄보디아에서 의료 봉사 활동을 하던 중 언청이 아이의 수술을 도와주게 되고, 그 소녀의 할아버지로부터 신비한 알약 10개를 선물로 받아. 아무 생각 없이 호기심으로 알약 한 개를 먹었는데 그 알약은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이었어. 


그는 30년 전 과거로 돌아가서 젊은 자신(변요한)을 만나게 돼. 당시 젊은 수현은 오랫동안 연인 사이였던 연아(채서진)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어. 2015년에서 온 수현은 젊은 수현에게 자신은 30년 후의 미래에서 온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처음에는 믿지를 않아.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믿지 않던 수현은 점점 그의 말이 사실임을 알게 되고, 30년 후 수현에게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듣게 되면서 자신의 인생을 바꾸려고 시도하게 되지. 그것은 바로 자신이 가장 소중한 연아의 죽음을 막는 것이었어. 하지만 30년 후의 수현에게는 수아라는 사랑하는 딸을 지켜야 했고, 이를 위해서는 젊은 수현은 연아와 더 이상 연인의 관계가 계속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어.


젊은 수현은 연아의 목숨을 구하는 대신 그녀와의 사랑을 끝내야 했어. 만약 그가 연아와 계속 연인의 관계로 남게 되면 수아는 태어날 수가 없게 되는 운명이었어. 


30년 후의 수현은 연아의 목숨을 구해 줄 수는 있었지만, 사랑하는 그녀와 헤어져야 자신의 딸인 수아를 얻게 되기 때문에 젊은 수현과 함께 연아와 수아 모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게 돼.


30년 후 수현의 도움으로 젊은 수현은 돌고래 조련사였던 연아의 목숨을 사고에서 구할 수 있게 돼. 하지만 젊은 수현이 연아와의 관계를 유지하면 수아가 태어날 수 없기 때문에 30년 후의 수현은 젊은 수현에게 연아와의 연인 관계를 끊어달라고 부탁을 하지. 


하지만 젊은 수현에게는 연아가 그 무엇보다 소중하기에 30년 후 수현의 말을 듣지 않고 연인 관계를 계속하려고 하지. 그런 과정에서 연아는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결국 30년 후 수현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다시 30년 후 수현의 도움으로 연아의 목숨을 구할 수 있게 돼. 하지만 이제는 30년 후 수현의 딸인 수아를 위해 스스로 연아의 곁을 떠나게 돼. 연아 또한 목숨을 구하기는 하지만 젊은 수현과 헤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 이후 수현을 그리워하며 30년을 힘들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어. 사랑했지만 그 사랑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운명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거야. 그렇게 젊은 수현이 연아와 헤어지면서 30년 후의 수현은 소중한 딸과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돼. 


그렇게 30년의 세월이 흐르고 미래의 수현은 폐암에 걸리게 되고,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젊었을 때 사랑했던 연아를 만나고 싶어 해. 젊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 장소에서 30년이 흐른 후 수현과 연아는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게 되지. 사랑하고 소중한 존재였지만 만나지 못한 채로 그렇게 세월은 흘렀고, 수현과 연아는 서로의 마음이 30년이 지났어도 변하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되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을 살리기 위해 30년이란 시간을 꾹 참고 살았지만, 한순간도 그 사람을 잊지 못하고 살았던 시간들, 물론 그 시간들은 커다란 아픔과 상처였을 거야.

하지만 운명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앗아 버리기는 했지만, 꼭 해피엔딩이 아니더라도 그저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있는 것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


영화의 마지막에 수아는 아빠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소중한 사람을 더 이상 볼 수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봐. 그때 수현은 수아에게 “힘들었어도 행복한 순간이 있었고, 그러한 순간이 있었던 것만으로도 삶은 살아지게 된다"라고 말을 하지. 그는 30년을 연아와의 행복했던 순간을 마음속에 두고 그렇게 살아왔던 거야. 그러고는 사랑하는 수아와 연아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게 돼.


기욤 뮈소의 소설이 비록 시간 여행 같은 판타지 이야기고, 일어날 수 없는 그저 상상의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영화를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것 같아.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지는 못해도, 그 사람을 사랑한다면 아픈 세월도 참고 살아야 하고, 꼭 내가 원하는 인생을 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 현재의 한 순간순간이 소중하고, 미래를 위해 지금을 좀 더 깊이 있게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도 했어. 우리의 인생이 꼭 해피엔딩이 아니더라도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해피엔딩이 아니어도 삶은 충분히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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