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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May 05. 2022

화담숲

  친구야,

  기적은 있는 것 같아. 지난 2년이 넘는 동안 아버지, 어머니의 병환이 깊었지만 그래도 회복이 잘 되어서 며칠 전 화담숲을 모시고 갔어. 5월 초라 화담숲은 온통 수많은 종류의 꽃들로 가득했어. 정말 너무나 꽃들이 예쁘고 아름답더라. 오랜만에 나들이를 하셔서 그러는지 부모님도 얼마나 신이 나셨는지 몰라. 마침 누나네도 여유가 돼서 같이 시간을 보냈어. 누나도 올해가 벌써 환갑이야. 어릴 적 누나와 함께 웃고 떠들고 하며 놀았던 것이 얼마 된 것 같지 않은데 세월은 정말 빠른 것 같아. 


  화담숲이 너무 넓어서 부모님이 처음부터 다 걷기에는 힘들 것 같아서 모노레일을 타고 제3정거장으로 갔어. 모노레일 위에서 바라보니 정말 경관이 빼어나고 멋있더라. 사실 나는 수목원이나 식물원은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즘엔 예전과 달리 점점 좋아지고 있어. 


  누나네와 모노레일에서 재미있게 이야기하면서 경치를 마음껏 즐겼지. 제3정거장에 도착해서 부모님을 모시고 천천히 걸어 내려오면서 구경을 했어. 분재원에 있는 정성 들여 만들어진 멋진 분재를 시작으로 형형색색의 꽃들을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더라. 꽃의 종류는 왜 그리 많은지 내가 아는 꽃 이름은 진짜 별로 없더라. 우리나라 꽃보다는 외국 꽃이 더 많아서 그런지 정말 생전 처음 보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어. 


  날씨도 너무 좋아서 푸른 하늘 아래 따스한 햇볕을 맞으며 정말 오랜만에 여유를 가지고 구경한 것 같아. 물레방아도 돌아가고, 시원한 작은 폭포도 있고, 누나가 준비해 온 간식도 먹으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어. 


  어머니는 워낙 꽃을 좋아하셔서 너무 만족해하셨고, 아버지는 카메라로 사진 찍을 것이 많아 즐거워하셨지. 두 분의 모습을 보며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 뇌경색으로 걷지도 못하셨던 아버지가 이렇게 회복이 되어 걸을 수가 있고, 두 분 모두 전립선암과 대장암으로 수술과 항암치료로 고생도 많이 하셨는데 이렇게 걸어다시면서도 즐거워하시는 모습에 사실 감개무량했어. 


  구경을 다 하고 나니 2시간 반이 지나가 버리더라. 더 구경하고 싶기는 했지만, 너무 무리하면 부모님이 피곤해하실 것 같기도 하고, 오후에는 나도 수업이 있어서 천천히 마무리하면서 부모님과의 봄 소풍을 마쳤어. 점심은 누나네가 한정식을 사주어서 다 함께 맛있게 먹었지.


  부모님 건강하실 때 더 많은 곳을 모시고 다닐 생각이야. 연세도 많으시고 언제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시간을 내서라도 좋은 곳 많이 구경시켜 드리려고 해. 


  가만 생각해보면 어릴 적 부모님이 우리 형제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많은 구경을 시켜주셨던 기억이 나. 그때 부모님의 마음이 이해되고, 이제는 내가 부모님을 위해 그런 일을 해야 할 차례라는 생각이 들어.


  세상에는 정말 아름답고 멋진 곳이 많은데 모두 구경시켜드릴 수는 없겠지만, 부모님이 좋아하실 곳부터 하나씩 모시고 다닐 생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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