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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May 10. 2022

모든 걱정을 버리고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다. 나에게는 오직 현재만 주어져 있을 뿐이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과 걱정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현재를 없애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다. 걱정이란 단어는 현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 말은 단지 지나간 과거와 오지 않은 미래와 연관되어 있을 뿐이다.


  영화 <돈 워리>는 존 캘러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신이여,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주시고,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용기를 그 차이점을 아는 지혜를 주소서.”


  그에게는 어떤 것이 바꿀 수 없는 것이었을까? 그 바꿀 수 없는 것을 위해 그는 무엇을 했을까? 그의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한 태도는 변함이 없었던 것일까?


  영화에서 존 캘러핸(호아킨 피닉스)는 13살 때부터 술을 마셨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태어난 후 그를 버리고 떠나버렸다. 그의 생모는 미혼모였고, 그는 생부가 누군지도 몰랐다. 어느 한 가정에 입양되었으나 가족이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외롭게 자라났다.


  고독을 견딜 수가 없어서, 홀로인 것이 너무 싫어서,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어서, 그는 그 아픈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모든 것을 잊고, 아무 생각도 없이, 그 누구와의 관계도 필요가 없어서 그는 술로 자신을 도피시켰다.


  술을 마시면 모든 것을 잊을 수가 있기에 술에 빠져 사는 날들이 많아졌고 결국 그는 어린 나이에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버린다. 어느 날 실컷 같이 술을 마신 친구인 덱스터 (잭 블랙)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결국 교통사고를 당해 척추가 완전히 부러져 버렸고 평생을 전신마비로 살아가야 할 운명에 처해진다.


  더 이상 살아가야 할 이유도, 삶의 목표도 없는 그에게 우연한 기회에 아누(루니 마라)가 나타나고, 그녀는 그의 가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아누와 함께 재활을 하며 그는 스스로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기 시작한다. 알코올 중독자 모임에 참여하면서 그동안 살아왔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보려고 해도 볼 수가 없으므로 보이지 않는 것이라 말한다

 들으려 해도 들을 수가 없으니 들리지 않는 것이라 말한다

 가지려 해도 가질 수가 없어서 없는 것이라 말한다. (노자)”


  존은 자신이 볼 수가 없었던 것을 보려고 했고, 들리지도 않는 것을 들으려 했으며, 존재하지도 않는 것을 가지려 했던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이 있음을, 바꿀 수 없는 현실과 운명이 있음을 알게 된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전신마비 환자였지만, 용기를 내어 카툰을 그리기 시작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그는 현실을 인식하고, 과거에 얽매여 있던 자신을, 미래를 걱정만 하는 자신을 현실에 사는 자신으로 바꾸어 나가기 시작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의 운명은 너무나 불행했다는 그의 인식에 점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고, 자신을 버렸던 어머니, 자신에게 무관심했던 양부모, 자신을 무시했던 주위 사람들, 교통사고를 일으켜 자신을 평생 전신마비로 살아가게 한 친구 덱스터에 대해 용서의 마음을 품기 시작한다.


  생모가 자신을 버린 것에 대해 원망하고 증오했던 그의 마음은 생모가 자신을 버린 것은 생모 나름대로의 중요한 사연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친아들인 자신을 버렸을 때 생모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그렇게 증오했던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한다.


  모든 것을 원망하고 증오했던 그의 가슴은 서서히 따뜻해지기 시작했고, 그동안 걱정했던 모든 것을 하나씩 내려놓기 시작한다. 전신마비로 살아가야 할 미래,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과거에 대한 모든 걱정을 버리고 자신이 살아있다는 현실만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오늘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그리고 어떤 걱정도 하지 않는 사람으로 거듭 태어나 살아가게 된다.


  “천하의 형상이 되어 덕이 언제나 변하지 않으면 나는 무극으로 돌아간다. (노자)”

  그는 자신의 나머지 시간을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다가 60이 되던 해 편안하게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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