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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May 11. 2022

천일의 스캔들

헨리 8세의 여성 편력은 엄청났다. 그의 두 번째 왕비가 된 앤 볼린이 그것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헨리 8세의 왕비가 되고자 계획적으로 치열하게 노력했다. 앤은 헨리 8세와의 결혼생활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일까? 아니면 알고서도 그 길을 선택했던 것일까? 아마 무엇보다도 그녀의 욕심이 그녀를 그 길로 인도했을 것이다.


  <천일의 스캔들>은 헨리 8세(에릭 바나)와 그의 두 번째 왕비인 앤 볼린(나탈리 포트만)과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역사적으로 당시 헨리 8세는 첫 번째 왕비인 캐서린과 결혼 중이었다. 헨리 8세는 헨리 7세의 차남이었다. 캐서린은 사실 그녀가 16세 때 헨리 7세의 장남인 아서와 결혼했었다. 당시 헨리 7세의 나이는 15세였다. 아서는 왕의 후계자였으나 결혼 후 몇 달 만에 사망하고 만다. 이에 헨리 8세는 형 아서 대신 왕이 되었고, 형수였던 캐서린과 결혼한다. 이 여인이 헨리 8세의 첫 번째 왕비였다.


  결혼 후 캐서린은 아들을 낳았으나 태어난 지 몇 주 만에 사망하고 만다. 그 후 캐서린은 여러 번의 임신과 유산을 거듭하지만 결국 아들을 낳지는 못한다. 이에 헨리 8세의 마음은 캐서린에게서 떠나게 되고, 이때 만나게 되는 여인이 앤 볼린과 메리 볼린이었다.


  메리 볼린(스칼렛 요한슨)은 이미 결혼하여 남편이 있는 여인이었다. 헨리 8세는 이와 상관없이 유부녀인 메리와 동침했고, 그녀의 남편은 왕이라는 권력에 속수무책으로 아내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 메리가 임신하여 딸을 낳자 헨리 8세는 메리를 버린다. 그리고 그의 언니인 앤 볼린에게 관심을 둔다. 앤 볼린은 동생이 당한 것을 알기에 결코 헨리 8세에게 몸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녀는 왕에게 자신을 원하면 당시 왕비였던 캐서린과 이혼하고 자신을 왕비의 자리에 앉혀주어야 몸을 허락하겠다고 말한다. 이에 헨리 8세는 첫 번째 왕비인 캐서린을 궁에서 쫓아내고, 이러한 과정에서 로마 교황청과의 관계를 끊고 영국 국교회라는 새로운 형태의 종교 체계를 설립한다.


  앤은 헨리 8세가 캐서린과 이혼하기 전에 이미 임신을 했고, 결혼 후 딸인 엘리자베스를 낳는다. 아들을 원했던 헨리 8세는 이에 실망을 하고 다시 다른 시녀와 스캔들을 벌인다. 왕의 마음을 되찾기 위해 앤은 임신과 유산을 반복했으나 결국 아들을 낳지 못했고, 헨리 8세의 신뢰도 잃어갔다. 첫 번째 왕비인 캐서린과는 달리 왕실에 인맥이 없었던 앤은 그녀를 제거하려던 세력의 모함으로 간통죄와 근친 상간죄를 뒤집어쓴 채 결국 참수되고 만다.


  헨리 8세는 그 이후에도 4명의 왕비를 얻었고 3번째 왕비였던 제인 시모어가 낳은 에드워드에게 양위를 하고 1547년 그의 나이 38세에 사망한다.


  앤 볼린이 낳은 공주는 후에 영국의 여왕이 된다. 그녀가 바로 무려 45년간 왕위에 재위하면서 영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황금기를 만들어 낸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주인공 엘리자베스 여왕이다. 그녀는 당시 무적함대라 불리던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해상 패권을 차지하였고, 동인도 회사를 건립하여 영국이 세계 무역의 중심이 되게 하여 이후 영국이 전 세계 면적의 1/4을 차지하게 되는 기틀을 마련한다.  


  헨리 8세의 여성 편력은 그와 결혼한 모든 여인들을 불행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아내 중 2명을 자기의 손으로 참수시켰다. 그는 꼭 그러한 삶을 살아가야만 했을까?


  앤 볼린 또한 자신의 결혼생활이 어떻게 될지 알면서도 헨리 8세를 선택해야만 했을까? 그녀의 욕심이 자신의 인생을 파멸로 몰아가게 되리라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일까?


  삶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은 자신의 선택이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지 충분히 알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왜 그러한 길을 걸어갔던 것일까?


  영화 <천일의 스캔들>에 나오는 헨리 8세나 앤 볼린에게 있어서 행복했던 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물론 그들의 후손이 위대한 영국을 만들어 낸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들의 삶은 결코 순탄하지 못했다. 한때는 사랑했던 사람을 시간이 조금 지나 자신의 마음이 바뀌었다고 해서 미워하고, 쫓아내고, 심지어 목숨까지 없애 버리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일까? 그러한 일들을 반복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앤 볼린이 조금만 덜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그렇게 일찍 자신의 목숨이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권력이나 명예가 중요하지만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릴 것을 위해 그 모든 것을 바쳐야 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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