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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May 14. 2022

아메리칸 셰프

<아메리칸 셰프>는 사실 한국교포 로이 최(Roi Choi)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물론 각본을 만드는 과정에서 각색이 많이 되기는 했지만, 로이 최의 푸드 트럭 성공기를 그대로 담고 있다. 로이 최는 이미 크게 성공을 거둔 후였고 이 영화의 공동제작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영화 엔딩 크레딧 마지막 부문에 보면 로이 최가 감독 겸 주인공인 칼 캐스퍼(존 파브르)에게 직접 요리를 가르쳐 주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로 로이 최는 셰프로서 자신이 하고 싶은 요리를 하지 못한 채 일반 레스토랑에서 설움을 받다가, 자신의 창의성에 대한 열정에 사로잡혀 혼자 푸드 트럭을 하기 시작한다. 미국에서 푸드 트럭은 가장 싼 길거리 음식으로 핫도그나 샌드위치 정도를 파는 생계유지용 사업이다. 실제 로이 최는 2008년 경 LA에서 개당 2달러 정도 하는 코리아 바비큐 타코를 파는 Kogi BBQ truck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의 푸드 트럭은 맛있다는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고, 이때 마침 유행하기 시작한 SNS를 적절히 이용해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그는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미국의 글로벌 브랜드인 ‘Dole’과 손잡고 생과일 스무드 등 음료와 스낵을 판매하는 ‘3 Worlds Cafe’ 사업도 성공시켰다. 그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그는 샌프란시스코에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12만 불을 모금하여 정식 레스토랑도 오픈했다. 레스토랑 주인에게 받았던 설움을 떨치고 레스토랑의 오너가 된 것이다.


  2016년 그는 시사주간지 TIME인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도 선정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로이 최가 어떻게 이 리스트에 선정되었는지 의구심을 품기도 하였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보면 그 선정 이유는 너무나 명확하다. 바로 SNS 시대를 사업에 이용한 기가 막힌 아이디어로 시대를 앞서가는 대표적인 예가 되었던 것이다. 그 후로 미국의 모든 분야의 사업체에서는 자신들의 마케팅에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다. 


  로이 최는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비즈니스를 창업할 수 있고, 소셜미디어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이 분야에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고 높이 평가받았던 것이다. 


  그의 성공은 매스 미디어로도 이어져 ‘브로큰 브레드’의 메인 호스트로 발탁되어 미국 전역으로 방송되기도 하였다. 브로큰 브레드 시즌 1은 2020년 에미상과 제임스 비어드 상마저 수상하게 된다. 


  이 프로그램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킨 것은 레스토랑 주인과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식당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를 여과 없이 보여준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음식으로 인해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을 카메라에 담았다. 어쩌면 이 프로그램은 식당 안에서 일어나는 삶에 대한 진실된 면을 정면으로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 프로그램에는 음식에 대한 레시피와 유머도 있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에미상을 수상할 수준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영화에서 주인공 칼 캐스퍼는 고급 레스토랑의 수석 셰프였다. 항상 음식에 대한 창의력이 용솟음치는 그는 매일 새로운 요리를 도전하여 이것으로 고객들에게 행복을 주고 싶었지만, 레스토랑 주인은 새로운 도전은 리스크가 있다고 하여 그의 주장을 묵살한다. 하지만 그는 갇힌 세계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성격이었고, 게다가 음식 비평가인 램지 미첼(올리버 플랫)과의 마찰로 인해 레스토랑에서 해고되고 만다.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에 그가 선택한 것은 아주 오래된 트럭을 개조하여 푸드 트럭을 만들어 가장 가격이 저렴한 핫도그나 샌드위치, 그리고 멕시칸 타코를 파는 것이었다. 레스토랑에서 함께 일하던 마틴(존 레귀자)은 레스토랑을 나와 칼을 도와주려고 합류한다. 그리고 칼의 어린 아들은 마침 방학이기에 푸드 트럭을 따라다니며 아빠를 도와주게 된다. 아빠의 요리실력과 아들의 트위터 실력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그들의 푸드 트럭은 가는 곳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플로리다의 마이애미에서 시작한 그들의 푸드 트럭은 미국 대륙을 횡단하며 자신들의 고향인 캘리포니아까지 오는 동안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된다. 사업적인 성공뿐만 아니라 아버지인 칼 캐스퍼와 아들인 퍼시는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로서 서로에 대한 진한 사랑을 가슴 깊이 느끼게 된다. 그리고 결국 칼 캐스퍼는 꿈에 그리던 자신의 레스토랑을 오픈하게 된다. 어쩌면 너무나 뻔한 영화의 성공스토리일지는 모르나 자신만의 요리 세계를 꿈꾸었던 그의 꿈이 실현되는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에 위로가 될 수밖에 없다.


  아빠인 칼은 퍼시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린 정말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어. 아무도 그걸 우리한테서 빼앗아 갈 순 없어. 우리가 함께 경험했던 것들 말이야.”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다는 말이 얼마나 감동적이며 힘든 것인지 아는 사람은 아마 알 것이다. 우리는 오늘을 사랑하는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칼 캐스퍼의 진정한 성공은 다른 것보다 이러한 사실을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닐까? 그는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를 알기에 이제는 더 이상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정말 자신의 최선을 다해 살아가지 않을까? 그것이 바로 영화 <아메리칸 셰프>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사진의 오른쪽 끝 모자를 쓴 사람이 로이 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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