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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May 14. 2022

엘리자베스

헨리 8세가 죽은 후 영국은 구교와 신교의 대립이 극에 달했다. 한쪽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쪽을 죽여야만 할 정도였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 가장 중요한 교리일진대 그러한 것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종교라는 신념으로 무장된 극히 편협한 가치관은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단이라 간주하여 살아있는 사람을 밧줄로 묶은 채 수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불에 태워 죽였다. 


  구교를 대표로 했던 메리 여왕의 건강이 극도로 나빠지자, 구교 세력들은 다음 왕위 세습권자이자 신교도인 엘리자베스를 없애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영화 <엘리자베스>는 이러한 종교의 대립 가운데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 하나 없이 왕이 된 엘리자베스 여왕이 어떻게 그녀의 자리를 지켜나갔는지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메리 여왕이 죽기 전 구교도의 모함으로 엘리자베스(케이트 블랑쉬)는 런던탑에 갇혀 사형에 당할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그녀의 언니였던 메리 여왕은 비록 배다른 동생이었지만, 엘리자베스에게 차마 사형 명령을 내리지는 못한 채 죽고 만다. 목숨을 건진 엘리자베스는 왕위 승계 서열에 의해 메리 여왕의 뒤를 이어 엘리자베스 여왕이 된다. 


  엘리자베스가 여왕이 된 후에도 강력한 구교 세력들은 그녀를 몰락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그녀가 사랑했던 로버트 더들리(조셉 피네스)와 헤어지고 정략적인 결혼을 강요받는다. 또한 노퍽(크리스토퍼 에클리스턴)은 왕실을 뒤엎고 스스로 권력을 찬탈하려는 계획도 세우게 된다. 


  당시 영국은 프랑스나 스페인보다 약소국가였기에 왕실 간의 결혼을 통해 국가의 힘을 보완하는 것이 하나의 방책이었다. 영국을 위해 엘리자베스는 죽은 메리 여왕의 남편이었던 스페인의 필립 공이나 프랑스 여왕의 조카 앙주 공 중 한 명을 선택해 결혼을 해야 하는 운명이었다. 


  이즈음 프랑스의 여왕이었던 메리는 스코틀랜드에 병력을 집결시켜 영국과 전투를 벌여 승리를 얻게 된다. 치욕적인 패배를 당한 엘리자베스는 영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게 되고, 그 누구와도 정략적인 결혼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모든 청혼을 거부한다. 


  이로 인해 엘리자베스는 다른 세력으로부터 암살의 위기에 처하게 되고, 죽음 직전에서 살아남는다. 이 모든 어려움으로부터 위안을 받기 위해 공주 시절부터 진심으로 사랑했던 더들리에게 의지하나, 더들리는 여왕과의 결혼을 위해 자신이 유부남이었다는 것마저 숨긴 사기꾼에 불과했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엘리자베스는 엄청난 충격에 빠지게 되고,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믿지 않고 오로지 묵묵히 자신을 지지해 왔던 윌싱엄을 의지하게 된다. 


  윌싱엄은 엘리자베스 여왕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동원하여 엘리자베스 여왕의 반대 세력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기 시작한다. 구교 세력의 핵심 주교를 비롯, 직접 프랑스 여왕에서 특사 형식으로 방문하여 그녀를 유혹한 후 잠자리에서 프랑스 여왕의 목숨을 빼앗는다. 또한 영국 최대 권력자였던 노퍽마저 스스로 함정에 빠지게 만들어 그 세력들을 모두 제거해 버린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윌싱엄의 도움으로 자신의 지위를 지킬 수 있게 되었고, 그동안 자신이 믿고 사랑했던 사람들로부터의 배신에 치를 떨며 자신은 더 이상 어떤 남자와도 관계를 맺지 않을 것이며, 오로지 영국과 결혼한다고 선포하기에 이른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자신의 약속을 지켜 이후 40년 동안 독신으로 살면서 강한 영국을 만드는 데 있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다. 영국은 엘리자베스 여왕 이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로 발돋움하기에 이르렀고, 윌싱엄은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끝까지 충성을 다한다. 


  우리는 누구를 믿어야 하는 것일까? 나와 가까웠던 사람이 언제든지 나를 배신할 수도 있고, 나에게 커다란 해를 끼칠 수도 있다. 한때 마음을 주고받았던 사람들끼리도 어느 날 갑자기 서로 죽도록 미워하고 증오하게 되기도 한다. 


  삶은 어쩌면 결국 혼자밖에 남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강하지 않으면 설 자리가 없어질지 수도 있다. 그 누구를 의지하거나 믿는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나약함을 보완하려는 것에 불과하며,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할 수 없기에 남들의 도움을 바라기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오로지 자신만을 믿기로 했던 것은 아닐까? 그러기에 그 오랜 세월을 홀로 살아가며 철저히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일까? 


 영화 <엘리자베스>를 보면 내가 스스로 서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무너질 수밖에 없고, 그러한 능력을 키우는 것만이 오늘 내가 해야 할 일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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