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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May 17. 2022

보원행(報怨行)

달마 조사의 강론 중에서 <약변대승입도사행>에는 ‘보원행(報怨行)’ 대목이 있다. “수도자가 고통과 시련에 빠질 때, 그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야 한다. 지나간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시간에 나는 본질적인 것을 버리고 우연적인 것을 쫓았다. 그러니 지금 이 고통이 어찌 이 세상에서의 과오 때문이겠는가. 다만 전생의 업의 결과일 뿐. 그러니 누구를 증오할 것인가. 다만 나 스스로 이 쓴 열매를 감내하리라.”


  보원행이란 수행자가 고통을 당할 때는 과거에 자신이 저지른 행위의 과보라 생각하여 다른 사람을 원망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원효대사의 <금강삼매경론>에는 행입(行入)에 대한 말이 나온다. “행입이라는 것은 마음이 기울어지거나 의존하지 않고 그림자가 흐르거나 변이하지 않으며, 생각을 고요하게 하여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구하는 마음이 없어서 바람이 두드려도 움직임이 없는 것이 마치 대지와 같다. 마음과 자아를 버리고 떠나서 중생을 구제하더라도 생겨남도 없고 상도 없으며 취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는다.” 


  행입에는 네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보원행이다. 나의 괴로움은 바로 나 자신에게 원인이 있음이다. 다른 이를 원망하고 탓한다면 언제까지라도 마음의 평안을 얻기는 힘들다. 나의 고통은 내가 모르는 사이 과거의 내가 수많은 원한과 미움을 뿌렸기 때문이다. 나는 차마 인식조차 하지 못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많은 피해도 주었고, 다른 이의 마음에 깊은 상처도 남겼을 것이다. 내게 잘못이 없는 것 같아도, 그것은 오로지 나만의 생각일 뿐이다. 내가 잘못한 일이 아닌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내가 모르는 잘못을 했음이다. 


  나의 괴로움이 큰 만큼 나의 잘못이 많았음을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사람이 나를 힘들게 하는 만큼, 나 또한 그들을 너무 많이 힘들게 했음이다. 그러니 나의 괴로움은 그 누구의 탓도 아니니 원망하는 것조차 부끄러울 따름이다. 


 나의 일상에서 나의 괴로움은 나로 인한 것이니 괴로워할 필요도 없다. 나의 책임이니 받아들이고 과거의 나의 잘못을 돌이켜 볼 뿐이다. 


  아무도 원망하지 말고, 그 누구도 미워하지 말며, 오로지 나의 잘못만을 생각할 때 나의 마음의 괴로움은 사라지고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에서 미래의 내가 괴롭지 않기 위한 선을 쌓아 나갈 때 나의 과오의 반복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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