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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Jun 01. 2022

처음 만나는 자유

 친구야,

  오늘은 지방선거일이라서 어젯밤에 영화 한 편을 보고 잤어. <처음 만나는 자유>라는 2000년에 개봉한 20년 전 영화이긴 하지만 왠지 그냥 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어서 봤어.


  17살의 어린 나이에 수면제를 다량으로 복용하고 자살을 시도했던 수잔나 케이슨(위노나 라이더)에 관한 이야기야. 그녀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 나이에 자살을 시도했었던 것일까? 그녀가 살고 있었던 세상은 어떠했길래 세상으로부터 분리되고 싶었던 걸까?


  “감정을 느끼기 싫으면 죽음이 꿈처럼 보인다. 하지만 죽음을 보면 정말 죽음과 마주하면 죽음을 꿈꾸는 건 헛소리가 된다. 아마 성장해서 한 꺼풀 벗겨지는 순간이 있나 보다. 자기 마음을 못 믿어서 비밀을 찾나 보다.”


  사실 그녀는 지극히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왠지 모르게 세상 속에서 살아가기에는 버거웠어. 어떤 사람에게는 20kg이 가볍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20kg이 들 수도 없을 만큼 무거운 것이기도 하잖아. 세상은 모든 사람에게 같겠지만, 각 사람에게는 다르게 다가오고 느껴지니까.


  결국 그녀는 ‘인격경계 혼란장애’라는 정신이상 판정을 받고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돼. 어쩌면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그곳에서 그녀는 더 자유를 느낄 수 있었을지 몰라. 하지만 정신병원은 또 다른 무게로 그녀에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지. 그 무게는 세상에서 억눌렸던 것보다 더 무거운 것이었고, 그곳에서 직접 친했던 친구가 자살하는 것을 눈앞에서 보고 죽음이 무엇인지 직접 경험할 수밖에 없었어.


  그녀가 입원해 있던 곳에서 그녀를 유일하게 정신이상이 아니라고 말해 주는 사람이 있었어. 흑인 간호사인 발레리(우피 골드버그)였지. 발레리는 수잔나에게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힘들더라도 그녀가 있었던 세상으로 돌아가라고 이야기해 주곤 하지.


  수잔나는 그곳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나. 아빠와 치킨만 좋아하는 데이지, 심한 화상으로 인해 흉한 얼굴을 하고 있어 자기 외모에 대해 혐오하는 폴리, 정신병원에서 탈출하고 되돌아오는 것을 반복하는 리사(안젤리나 졸리), 그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수잔나는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돼. 그들과 정이 들고 친해지기도 하지만, 결국 그녀는 진정한 자유를 찾아 원래 있었던 곳으로 돌아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지.


 “온 세상이 바보같아 보일 수 있어. 그래도 저곳에 가고 싶어. 저 세상 속에 있고 싶지. 너랑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아.”


  수잔나는 자신의 지난 시절에 대한 기억을 글로 쓰고, 주위 사람들에 대한 것도 글을 쓰면서 서서히 원래 있었던 세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을 해.


  그녀는 자신이 자유롭지 못했다고 느꼈던 그 세상에서,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던 그 세상에서, 다시 자유를 찾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1년이 지난 후 자신을 억압했다고 느꼈던 그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지. 그 세상은 변함없지만 이제 수잔나는 그곳에서 처음 만나는 자유를 아마 느꼈을 거야.


  세상은 아무 말도 없이 그대로인데 수잔나에게 세상은 왜 그렇게 바뀌었던 것일까? 주위 사람들도 환경도 모두 똑같은데 왜 그녀는 전에는 자유를 느끼지 못한 채 지내야 했을까? 세상은 그것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싶어. 


  내가 있는 곳이 천국이라고 생각하면 천국이고, 내가 있는 곳이 지옥이라면 지옥일 거야. 누구는 천국이라는 곳에서 지옥을 느끼고, 누구는 지옥이라는 곳에서 천국을 느끼기도 하니까.


  내가 처해 있는 지금 이곳,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는 어떠할까? 나는 어떠한 눈으로 주위 사람들과 세상을 보고 있는 것일까? 나는 진정한 자유를 누르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을까?


  친구야,

  이 영화를 보면서 행복하고 편안하며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기 위해서는 나 자신부터 세상을 그렇게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


  사실 나 자신도 내가 처한 환경과 상황에서 세상을 아름답게 보지 못했던 때도 있었던 것 같아. 아마 너무 어리석고 무지해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싶어.


  이제는 나 자신을 더욱 돌아보고 더 의미 있고 편안하며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려고 해. 오늘 행복하지 않으면 내일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오늘 정말 행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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