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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Jun 06. 2022

가을의 전설


  친구야,

  오늘은 공휴일이라 영화 <가을의 전설>을 봤어. 요즘엔 시간이 나면 예전 영화 중에서 못 본 것들을 보곤 해.


  배경은 1910년대 세계 1차 대전이 일어나기 전의 미국 몬태나 주야. 몬태나는 천혜의 자연으로 정말 아름다운 곳인 것 같아. 이곳에는 직업군인으로 일하다가 인디언 학살에 대해 참지 못하고 퇴역한 러들러 대령(앤서니 홉킨스)과 세 명의 아들이 살고 있었어. 첫째가 알프레드(에이단 퀸), 둘째는 트리스탄(브래드 피트), 셋째가 새뮤얼(헨리 토마스)이야. 세 형제는 우애 있게 몬태나의 농장에서 자랐어. 특히 둘째였던 트리스탄은 자연과 벗하며 자유롭고 분방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어. 


  세 형제는 장성하여 각자 자신의 길을 가기 시작하지. 대학에 진학해 공부하던 새뮤얼은 학기를 마치고 자신의 약혼녀인 수잔나(줄리아 오몬드)를 집으로 데리고 와. 수잔나는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이었고, 알프레드와 트리스탄도 그녀에게 커다란 호감을 느끼게 돼. 수잔나는 새뮤얼을 사랑하면서도 자유분방한 트리스탄에게 많은 호감을 가지게 돼.


  동생의 약혼녀를 어떻게 좋아하는지 사실 나는 잘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어쨌든 이로 인해 러들러 가문의 비극은 서서히 시작되고 말아.


  마침 세계 1차 대전이 발발하고,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막내인 새뮤얼은 자신의 약혼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쟁에 참여하겠다고 해. 아마 수잔나의 마음은 이때부터 조금씩 흔들리지 않았나 싶어. 전쟁에 의무적으로 참여하지 않아도 되는데 자신을 버리고 전쟁에 나가는 새뮤얼이 원망스러웠을 거야.


  장남인 알프레드 또한 아버지 러들러와의 의견 충돌로 전쟁에 가겠다고 하고, 동생을 지키기 위해 둘째인 트리스탄도 어쩔 수없이 전쟁에 가게 되지. 하지만 전쟁과는 어울리지 않았던 새뮤얼은 결국 전사하고 되고, 알프레드 역시 전쟁에서 부상을 당하고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어. 


  동생의 죽음을 막지 못한 트리스탄은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고 전쟁에서 동생의 원수를 갚기 위해 독일군을 무참하게 죽이고 그들의 머리 가죽을 벗기기도 해. 트리스탄은 군대를 마치고 혼자서 방황하며 집으로 돌아오지는 않아.


  집으로 돌아온 알프레드는 수잔나에게 향한 마음을 접을 수가 없어서 결국 비록 동생의 약혼녀였지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결혼을 하자고 하지. 새뮤얼을 잃고 실의에 빠진 수잔나는 알프레드에 대한 마음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그의 청혼을 거절하게 되지. 그 과정에서 수잔나는 만약 결혼을 하게 된다면 자신은 트린스탄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와 가정을 이루고 싶어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돼.


  오랜 방황 끝에 트리스탄은 집으로 돌아왔고, 수잔나를 다시 만난 그는 자신 또한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그녀와 육체관계를 가지게 돼. 트리스탄은 수잔나와 함께 얼마 동안 잘 지내지만, 자유에 대한 갈망을 억제할 수가 없어서 다시 집을 떠나 혼자 정처 없는 유랑생활을 하게 되지. 


  수잔나는 트리스탄이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지만, 그는 돌아오지 않고, 정치가로 변신한 알프레드가 하원의원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오지. 트리스탄은 수잔나에게 편지를 써서 자신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유랑생활을 하게 될지 모르니 새로운 사랑을 찾으라고 하지. 이에 충격을 받은 수잔나는 알프레드의 청혼을 받아들여 결국 그와 결혼하게 돼.


  오랜 방황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트리스탄은 수잔나가 알프레드의 아내가 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사랑을 지키지 못했음을 나중에야 깨닫게 되지. 게다가 아버지는 중풍으로 몸을 쓰지도 못할 정도로 허약해진 채 홀로 지내고 있었어. 트리스탄은 더 이상 방황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던 인디언 출신의 이사벨(카리나 롬바드)과 결혼을 하고 아이도 둘이나 낳고 첫째를 자기 동생의 이름을 따서 새뮤얼이라고 짓지.


  아버지의 병환으로 집안이 경제적으로 몰락했기에 트리스탄은 밀주를 만들어 돈을 모으기 시작하는 데 이 과정에서 경찰에 수사를 받다가 아내인 이사벨이 불의의 사고로 죽게 돼. 이 모습을 본 트리스탄은 참을 수가 없어서 경찰을 심하게 폭행하게 되고 이로 인해 그는 구속을 피할 수가 없었어.


  구속된 트리스탄을 면회하러 온 수잔나, 그녀는 자신이 알프레드의 아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진정한 사랑은 트리스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이에 자신의 삶에 대해 크게 절망한 후 결국 집으로 돌아가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새뮤얼의 무덤 옆에 수잔나를 묻은 트리스탄은 자신의 아이를 형인 알프레드에게 맡기고 다시 방황의 길을 떠난다는 영화야.


  수잔나는 자신의 사랑을 잃기도 했지만, 그 사랑을 지키지도 못했어. 트리스탄 역시 마찬가지였어. 새뮤얼은 자신의 사랑보다도 이상을 더 추구했고, 알프레드는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는 수잔나를 하원의원이라는 조건으로 그녀를 소유하려고 했으며, 러들러 대령의 부인은 몬태나라는 시골이 싫어 남편과 아이 세 명을 모두 버리고 도시로 나가 혼자 살기도 하고. 러들러 대령은 시골을 싫어하는 자기 아내에 대해 많이 배려하지도 않은 채 자신의 길을 고집했고. 결국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사라져 버렸고, 온전한 사랑도 존재할 수가 없었어. 


  어쩌면 진정한 사랑을 이루어 낼 수도 있었고, 좋은 가정을 만들 수도 있었지만,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뜻대로만 살려고 했기에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어. 그들에게는 가족과 사랑이 그저 전설처럼 남아 있을 뿐이었어.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는 자신의 세계에서만 갇혀 있었기에 보다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나만의 세계가 전부가 아닌 데 왜 그것을 그렇게까지 고집을 피우는 것일까? 비극은 그러한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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