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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Jun 10. 2022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친구야,

  네가 제일 좋아하는 여자 영화 배우는 누군지 갑자기 궁금해졌어. 예전에 영화를 같이 보러 시내도 갔었던 기억도 나네. 사실 나는 엘리자베스 슈를 제일 좋아하거든. 예전에 좋아했던 영화 백투더퓨처에도 나왔던 배우라고 하면 너도 아마 기억할 거야. 그 영화 우리 엄청 재미있게 봤잖아. 그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는 사실 이 영화보다는 엘리자베스 슈 때문에 본 거야.


  이 영화에서 벤(니콜라스 케이지)는 영화대본 작가였어. 하지만 그는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좋은 직장까지 잃어버리지. 그에게는 아내가 있었지만, 그의 아내는 술만 마시는 그를 더 이상 참지 못한 채 미련 없이 버리고 아이와 함께 떠나버리고 말지. 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생각에, 그저 술에 취해 시간을 잃어버리고 싶어서 아무 생각 없이 L.A.를 떠나 라스베가스를 가게 되지.


  그는 하루종일 술에 취해서 살아가고 싶었던 거야. 그에게는 따뜻하게 말을 나눌 상대도, 자신의 아픔을 함께해줄 사람도, 부족한 그를 받아줄 사람도, 게다가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던 거지.


  외로운 그가 라스베가스에 가서 만난 사람이 바로 세라(엘리자베스 슈)야. 그녀는 라스베가스에서 매춘부로 일하고 있었어. 낮에는 자고 밤에는 환락의 도시 라스베가스의 거리를 돌아다니며 힘들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지. 그녀 또한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포주에게 폭행을 당하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외로운 여성이었어.


  벤이나 세라는 어떻게 보면 인생의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갔는지도 몰라. 그래서 그런 걸까? 벤과 세라는 서로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세라는 벤이 알코올 중독자였지만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그를 사랑하게 되고, 벤 역시 세라가 매춘부였지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사람은 그녀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세라를 사랑하게 되지.


  이 영화를 보면서 왠지 가슴에 와닿는 것이 있었어. 벤이 알코올 중독자건, 세라가 매춘부건 그런 직업이 중요한 것은 아니고, 아마 그러한 직업은 영화 연출자가 가장 인생의 밑바닥에 해당하는 것을 찾던 중에 그것을 택한 것뿐이라고 생각해.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는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거야. 사실 자신의 생각대로, 자기가 원하는 대로 상대방이 따라주어야만 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일 거야.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의 조건에 맞을 때에 그 사랑이 유지된다고 믿는 것이지.


  물론 상대의 단점과 좋지 않은 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거야. 하지만 생각해 볼 것은 상대의 그러한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기 내면의 세계를 돌아보지 못한 채 상대를 자기가 원하는 대로만 이끌어 가려고 하고, 만약 그 조건을 맞추지 못했을 경우에는 아무리 좋은 사랑이라고 해도 미련 없이 사랑을 버리고 마는 것이 진정한 사랑인 것인지 하는 거야.


  쉬운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인식하지 못한 채 자신의 생각과 판단에 맞지 않으면 사랑도 그냥 물건을 샀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환불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사랑에는 그 사람이 어떤 상황일지라도 끝까지 받아주겠다는 의지와 그 사람이 어떻게 되더라고 마지막까지 책임져 주는 것도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과 함께 동반되는 것이 아닐까 해.


  영화에서 벤은 결국 알코올 중독으로 세상을 떠나지만, 세라는 마지막까지 그의 곁에서 임종을 지키게 되지. 아마 평범한 여성이라면 벤의 곁을 일찍 떠났을 거야. 벤의 아내가 그의 아이까지 데리고 가차 없이 그를 버리고 떠난 것처럼 말이야.


  세라는 벤에게서 경제적인 도움을 받은 것도 없고, 오히려 그를 돌보기만 했어. 결혼을 한 것도 아니고, 그들의 아이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 하지만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벤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마지막까지 그들의 사랑을 지켰던 거야. 아마 내가 엘리자베스 슈를 좋아하게 된 것도 이 영화에서 세라의 그런 모습 때문이 아니었을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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