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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Jun 14. 2022

차원이란 무엇인가

  19세기 영국의 신학자 에드윈 애벗의 책 <플랫 랜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선이 아닌 선, 공간이 아닌 공간이 보였다. 내 자신도 내가 아니었다. 소리를 낼 수 있음을 알았을 때 나는 고뇌에 가득 찬 비명을 질렀다. 

  ‘머리가 이상해진 건가? 아니면 이곳은 지옥일까?’ 

  그러자 공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어느 것도 아니다. 이것이 지식, 이것이 3차원이다. 다시 한번 눈을 뜨고 확실히 바라보라.’”


  2차원 공간에 살고 있었던 주인공 스퀘어씨는 어느 날 3차원 세계에서 온 “공”과 만나 대화를 하던 중, 공이 스퀘어씨에게 높이를 설명하였지만, 스퀘어씨는 높이가 무엇인지 그 개념조차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에 공은 스퀘어씨를 2차원 세계의 밖으로 끄집어내서 직접 3차원의 세계를 보여주는 구절이다. 


  차원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차원을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 

  차원의 가장 대표적인 정의는 “차원이란 공간이나 도형이 넓어지는 정도를 나타내는 개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차원의 개념은 유클리드의 기하학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그때까지 이루어진 성과를 바탕으로 <원론>이라는 책을 썼다. 유클리드는 이 책에서 가장 기본적인 기하학의 정의를 내렸다.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점이란 부분을 갖지 않는 것이다.

   선이란 폭이 없는 것이다. 

   면이란 길이와 폭만 가진 것이다. 

   입체란 길이와 폭과 높이를 가진 것이다.”

  차원에 대해 이야기한 사람 중에는 아리스토텔레스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입체는 완전하며, 3차원을 넘는 차원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하였다. 


  이러한 고대의 차원에 대한 개념은 근대에 와서 데카르트에 이어진다. 그는 특히 좌표에 대한 개념을 확립했고, 차원에 대해 “차원은 한 점의 위치를 정하기 위해 필요한 수치의 개수이다.”라고 하였다. 

  예를 들어 크기가 없는 점 안에서는 그 위치를 정할 수 없으므로 점은 0차원이다. 직선에서는 기준점에서 거리에 해당하는 한 개의 수를 주면 한 점의 위치가 정해진다. 반대 방향으로 나아갈 때는 그 수에 음수를 붙이게 된다. 따라서 직선은 1차원이다. 곡선도 원리는 똑같으므로 곡선 또한 1차원이다. 


  면은 경우에는 2차원이다. 가로와 세로의 두 개의 눈금을 지정하는 수치를 정하면 한 점의 위치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부피를 가지고 있는 물체의 표면 또한 2차원이다. 예를 들어 지구의 표면인 경우 위도와 경도로 그 위치가 정해지므로 2차원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은 위도와 경도 외에 높이라는 정보가 하나 더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은 3차원이다. 이렇게 적절한 좌표를 설정하면, 우주 공간에 있는 태양계나 은하의 경우에도 공간 안의 위치를 3개의 수치로 나타낼 수 있다. 


  1차원과 2차원의 세계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 것일까? 1차원의 세계인 직선을 생각해본다면, 직선 위에 두 영역 A와 B가 있을 때 이들을 비교할 수 있는 것은 길이뿐이다. 2차원의 세계인 면 위에 있는 두 영역 A와 B는 넓이로 비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넓이 말고도 다른 특징이 있다. 그것은 바로 형태라는 것이다. 즉 같은 넓이임에도 불구하고 기하학적 형태가 다르게 존재할 수 있다. 이러한 형태를 우리는 삼각형, 사각형, 원, 타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형태를 다루는 수학인 기하학은 1차원에는 없고 2차원부터 가능하다. 각도나 회전이라는 말도 2차원에서나 의미가 있다. 1차원에 살고 있는 생명체는 앞과 뒤는 볼 수 있지만, 구부러져 있다든지, 곧은 직선인지는 알 수가 없다. 


  2차원과 3차원의 세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2차원에서는 넓이와 형태가 존재할 수 있었다. 3차원의 경우에는 이에 더해 부피가 존재한다. 이로 인해 입체적 형태가 가능해진다. 


  평면 도형에 여러 형태가 존재하듯이 3차원에도 삼각뿔, 원뿔, 정사면체, 정육면체, 구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하지만 2차원에서는 불가능하지만, 3차원에서는 가능한 것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3차원 입체를 관통하는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3차원에 부피가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하게 된다. 2차원에서는 이러한 뚫린 공간을 허용하지 않는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3차원 공간에서는 입체뿐 아니라 2차원의 면, 1차원의 선, 0차원의 점이 존재할 수 있다. 2차원 평면에서는 1차원의 선, 0차원의 점이 존재한다. 이와 같이 어느 차원의 수를 가진 공간은 그보다 낮은 차원의 공간을 내부에 포함한다. 


  3차원과 2차원 사이에 있는 또 다른 중요한 관계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입체와 그림자의 관계이다. 3차원의 입체에 빛을 비추면, 2차원의 면 위에 그림자가 생긴다. 이러한 그림자의 모양은 원래의 입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빛을 비추는 방향이나 각도에 의해 광원과 면 사이의 거리에 의해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3차원의 구인 경우 그림자는 원이나 타원이 되고, 직육면체의 경우에는 정사각형이나 직사각형 또는 육각형이 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림자가 원이라고 해서 그 그림자의 원래 입체가 반드시 구는 아니다. 그림자가 원이 될 수 있는 입체는 구뿐만 아니라 원기둥 또는 원뿔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림자가 정사각형이라고 한다면 그 원래의 입체는 정육면체나 직육면체 또는 사각뿔이 될 수도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은 평면에 나타나는 입체의 그림자는 원래의 입체를 어느 방향에서 바라본 하나의 정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높은 차원의 입체와 도형에 의한 낮은 차원에 나타나는 그림자는 원래의 입체나 도형의 일부 정보밖에 포함하고 있지 않다. 


  우리는 3차원 공간과 1차원 시간이 더해진 4차원 시공간에 살고 있다. 우리가 보는 4차원 시공간은 더 높은 차원의 그림자는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이 전부가 아닐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 4차원 시공간보다 더 높은 차원이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가? 더 높은 차원이 존재한다면 진정 몇 차원까지 가능할 수 있을까?


  그리스의 철학자인 플라톤은 그의 책 <국가>에서 ‘동굴의 비유’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는 동굴의 벽에 비치는 그림자만 계속 바라보는 죄수는 그 그림자가 세계의 모든 것으로 생각한다. 그 죄수가 만약 동굴에서 나오지 못한다면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원래의 세계를 모른 채 그는 일생을 마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플라톤은 자신의 알고 있는 세계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러한 동굴에 갇힌 죄수가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나는 오늘 내가 만나는 사람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 것일까? 혹시 나는 그 사람의 일부만 알고 있는 상황에서, 즉 그의 그림자만 보는 것으로 그의 전부를 알고 있는 것처럼 그 사람을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오늘 그의 그림자가 아닌 그의 진정한 모습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주위 환경, 사회적 현상 및 그 모든 것들은 나의 왜곡된 인식에 의해 잘못된 판단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나의 생각과 판단은 항상 틀릴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한 가능성을 배제한다면 나는 그림자 하나만 보고 그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저차원의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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