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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Jun 22. 2022

스스로를 응원하는 수밖에 없는 것일까?

밝음의 이면에는 어두움이 있고 화려함의 이면에는 초라함이 있기 마련인 것일까? 삶에는 항상 양면성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는 하지만, 그 양면성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김애란의 <하루의 축>은 추석 명절 수많은 사람이 해외로 떠나가는 인천공항의 화려함 이면에는 삶의 아픔 또한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내장이 훤히 비치는 물고기처럼 유려한 곡선과 과감한 직선을 바탕으로 세련되게 설계돼 있었다. 특히 여객 터미널은 5만 장 이상의 유리가 사용돼 하늘과 최대한 가깝게, 하늘과 통하게끔 지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좀 더 투명하라고, 좀 더 반짝이라고, 매일매일 수백 명의 사람들이 공들여 일하고 있었다. 탑승동에만 약 5백 명, 공항 전체로 따지면 7백여 명에 달하는 청소 노동자들이 그들이었다. 기옥 씨는 그중 한 명이었다.”


  추석 명절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당연한 심정일 것이다. 그 추억을 더욱 특별하게 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공항을 통해 해외로, 타지로 떠나간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명절과는 상관없이 다른 사람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것이 그들의 직업이기도 한 것은 사실이나, 그 이면에 존재하는 아픔 또한 어찌할 수 없다는 것에 가슴 저리기도 한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인 걸까?


  “이거 놓고 가셨어요.

기옥 씨가 세면대에 있던 종이 상자 하나를 건넸다. 살짝 벌어진 틈 사이로 내용물이 보였다. 스무 가지가 넘는 색깔의 신선한 마카롱 세트였다. 한 개에 2천 원이 넘는 과자로 상자 겉면에는 모 호텔 베이커리 상표가 붙어 있었다. 기옥 씨는 그게 마카롱이라 불린단 사실을 몰랐지만, 자기 손에 들린 과자가 거의 새거나 다름없이 꽉 차 있다는 건 알았다. 이윽고 애 엄마가 말간 얼굴로 기옥 씨를 바라보며 말했다. 

  놓고 간 거 아니에요.”


  남편을 일찍 잃고, 아들마저 전과자로 감옥에 가 있는 기옥씨, 배운 것도 없었기에, 부모로부터 받은 것도 전혀 없었기에, 그녀의 옆에는 이제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아서 추석 명절이어도 그녀는 갈 수 있는 곳도 없고, 그녀를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다. 그녀가 추석에 하는 일은 수많은 사람들이 명절을 지내기 위해 오고 가는 그 화려한 인천국제공항에서 화장실 청소를 하는 것이 전부였다. 


  “기옥 씨는 입을 크게 벌려 과자를 반쯤 베어 물었다. 처음에는 ‘아유 달어.’ 하고 살짝 몸서리쳤지만, 곧 프랑스 전통 과자의 그윽하고 깊은 단맛, 부드럽고 바삭한 식감을 조심스레 음미했다. 하지만 얼마 안 돼 기옥 씨의 안색은 이내 어두워졌다. 기옥 씨는 왠지 울 것 같은 얼굴로 나지막하게 웅얼거렸다. 

  ‘왜 이렇게 단가. 이렇게 달콤해도 되는 건가.’

  바람이 불자 기옥 씨의 브래지어 위에 핀 가짜 꽃들이, 이름을 알 수 없는 이국의 열대 식물이 휘청대는 느낌이 들었다. 기옥 씨의 얼마 안 되는 머리카락도 힘없이 흩날렸다. 일단 무언가 위를 자극하자 더 큰 허기가 밀려왔다. 기옥 씨는 가슴팍의 선득한 기운을 느끼며, 양 볼에 검버섯이 핀 달, 휑뎅그렁한 대머리를 드러내고 있는 큰 달을 망연히 바라봤다. 그러고는 부시럭- 봉투 안에 손을 넣어 노란색 마카롱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녀의 인생은 영원히 초라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인데 그토록 외롭게 살아가야만 하는 것일까? 아마 그녀도 나름대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이란 그다지 공평하지 못한 것이 엄연한 사실일지 모른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스스로를 응원하는 것밖에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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