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나온 시간들 Jun 22. 2022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없을까?

https://youtu.be/qnPPyyRabjo


영화 중경삼림에서 경찰 223(금성무)에게는 헤어진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공허함이 계속되기만 한다. 그는 예전의 연인이 좋아하는 파인애플 통조림을 생일에 맞추어 모아 왔는데 문득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어느 순간 그 여인을 완전히 잊어버릴 수 있는 날이 오는 것은 아닐까 하고. 이 세상에 무한한 것이 없듯이 사랑이란 것도 유한할 수 있기를 바라는 그의 마음은 무슨 이유에서 일까? 그녀를 정말 사랑해서일까, 아니면 이제는 다 잊고 싶어서였을까?


  임청하가 하는 일은 마약 운반책이었다. 인도 사람들을 이용해 큰 몫 잡으려 했던 그녀는 그들에게 뒤통수를 맞고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무단히 자신을 배신한 사람들을 찾으러 다니지만, 헛수고일 뿐이다. 그녀에게 이 세상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녀에게 누군가를 신뢰하는 것은 단 며칠뿐이었다. 그녀는 모든 사람은 다 변해가는, 언제 유통기한이 올지 모르는 것이라는 사실을 뒤늦게야 깨닫는다.


  성숙해진다는 것은 아픔을 극복해 나가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경찰 663(양조위)은 자신이 왜 연인과 헤어지게 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에게는 오직 예전의 연인에 대한 미련만이 남아 있었다. 이때 나타난 페이(왕페이), 그녀는 양조위의 집에 혼자 몰라 들어간다. 그녀는 왜 주인의 허락도 없이, 주인이 없는 시간에 그곳에 갔던 것일까?


  스스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양조위의 집에, 예전 연인의 흔적을 페이는 지워나간다. 하루에 조금씩, 별로 티가 나지 않게, 그렇게 지워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미련을 버리고, 아픔을 치유받고 성숙해지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예상해서 그랬던 것일까?


  지나간 사랑은 잊는 것이 살아가는 데 있어 더 나은 걸까? 어차피 돌아오지도 않을 것인데. 생각해도 소용없는 것인데. 미련을 가져봤자, 기억해 봤자, 고마워하지도 않을 것인데. 예전 사랑의 자리는 항상 채워져 있어도 소용없는 것인데.


  예전 사랑의 그 자리는 점점 사라져 버리고 새로운 사랑의 공간이 그 자리를 언젠가는 차지하게 되리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것을 부인한다는 것은 오만을 넘어 착각일 뿐이다. 모든 것이 변해가듯, 사랑의 유통기한도 있기 마련이다. 다만 그 기한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스스로를 응원하는 수밖에 없는 것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