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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Jun 23. 2022

보잘것없는 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자

 “모두 친절하지만 강재씨가 가장 친절합니다. 잊어버리지 않도록 보고 있는 사이에 강재씨를 좋아하게 됐습니다. 당신의 아내로 죽는다는 것 괜찮습니까?”


  파이란(장백지)이 강재(최민식)에게 죽기 전에 남긴 편지였다. 남들은 강재를 삼류 건달 깡패라고 무시하고 대우하지도 않고 관심조차 두지 않았지만, 파이란은 달랐다. 


  얼굴 볼 일 없는 위장 결혼한 남편 강재의 사진만을 바라보다 파이란은 그의 아내로 죽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그녀에게 남편이 있었다는 것, 이 세상에 그래도 강재라는 끈이라도 있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었다. 


  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은 채, 몇 번 만나보지도 못한 강재를 그녀는 마음속에 둔 채 세상을 떠났다. 세상은 강재를 삼류하고 했지만, 파이란은 그를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강재의 남루한 인생에서 유일하게 그를 친절하다고 이야기해 준 사람, 어린 나이에 홀로 타향에서 외롭게 죽어가면서도 그래도 자신에게 남편이라는 존재가 있었다는 사실에 파이란은 위안을 받았던 것일까?


  우리는 짧은 인생에서 인연으로 만난 상대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는 것일까? 무언가를 바란다는 것은 누구를 위함일까?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상대가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상대의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기에, 상대가 얼마나 잘못을 했기에, 본인의 잘못은 진정 하나도 없기에, 그렇게 힘들게 만난 사람들을 보잘것없다고 무시하고 업신여기고 미워하고 있는 것일까?


  파이란은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그녀는 배운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고, 강재가 그녀에게 해 준 것이 하나도 없고, 함께 한 시간도 없었지만, 그저 자신의 옆에 존재했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녀는 강재를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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