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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Jun 25. 2022

이별 그리고 그리움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헤어짐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오는 것은 오는 대로 가는 것은 가는 대로 그것이 인연인가 보다. 바람이 연꽃을 만났다. 그리고 잠시 머무른 후 다시 가야 했다. 헤어짐에 섭섭하지만 조금만 섭섭했으면 좋겠다. 


  헤어졌기에 그리움이란 것을 알았다. 다시 만날 수 있는 희망을 품고, 하지만 그 희망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리움은 사랑임에 분명하다.


  그렇게 그립다가 언제 다시 한번 만날 수 있기를 꿈꿔본다. 이별이 아주 이별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죽기 전에 한 번만이라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하면서.


  설렘보다는 그리움이 더 아름다운 것일까? 하긴 만나고 났으니 더 바랄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아직 만나지 못한 것보다 만나고 난 후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을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바로 전에 만났던 그 떨림도 좋지만, 오래전에 만나 남은 그 여운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라고 싶다. 그리움은 그렇게 언제까지나 마음에 남아 가끔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나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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