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싸움 한번 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마 예수님이나 부처님이면 모를까 그 외 모든 사람들은 평생을 살면서 여러 사람들과 끊임없이 싸우며 살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문제는 그 싸움으로 인해 지치고 힘들면서도 멈추지 못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싸움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겼다고 해도 승리의 기쁨을 누릴지 모르나 그것은 잠시뿐입니다. 패했다고 해서 속상할지 모르나 그것도 잠시일 뿐입니다. 승자는 승자로서 감당해야 할 것이 있고, 패자는 패자로서 감당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승자가 감당하는 것이 오직 달콤하고 환희에 가득 찬 것만은 아닙니다. 자신이 모르는 어쩌면 싸울 때보다 감당하기 힘든 그러한 것이 나중에 나타날지 모릅니다. 누군가에게 눈물을 흘리게 했으니 언젠가는 그 눈물이 배가 되어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패자 또한 단순히 패했다는 것 이상으로 감당해야 할 것이 있을 것입니다. 더욱 힘든 시간들이 그에게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요즘엔 싸움 그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피할 수 없는 싸움일지라도 이기건 패하건 그것은 정말 하찮은 결과밖에 되지 않음을 느낍니다. 이겨도 별것 없고 패해도 별것 없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아마 그것은 이 세상이 싸움을 위해 존재하는 그러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싸움을 걸어오면 일단 피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래도 억지로 싸워야 할 형편이라면 그냥 얼른 그것이 끝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기고 지는 것에 사실 관심도 없습니다. 져도 그만 이겨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져주고 빨리 그러한 순간에서 벗어나고픈 생각이 들기만 합니다.
그렇게 빨리 싸움을 끝내고 다른 일을 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패했기 때문에 감당해야 할 일이라면 어서 속히 그 일을 마무리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을 하고자 합니다. 이제는 정말 승패가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가슴 깊이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아마 나하고 싸우는 사람은 기분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거의 이길 확률이 높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제 그 모든 싸움을 피하고 싶을 뿐입니다. 비겁하다는 소리를 들어도 괜찮고, 겁쟁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괜찮고, 바보라는 소리를 들어도 괜찮습니다. 싸움에서 패해 모든 것을 잃는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다 가져가라고 그냥 내어주겠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싸움을 걸어온 사람은 평생 다시 만나지 않으려 합니다. 더 이상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며, 이제 나는 그 사람을 위해 어떠한 것도 해줄 의무도 없으며 그런 마음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마음 편하게 싸움 자체가 없는 그러한 곳에서 싸움 자체를 모르는 사람과 더불어 지낼 생각입니다. 물론 그런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과 꼭 어울릴 필요는 없습니다. 진정으로 소중한 사람 몇 명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아마 나에게는 싸울 수 있는 능력이나 힘이 남아 있지 않은 듯합니다. 아니면 그냥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 물이 흘러가듯 힘없이 살아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러한 것에 이제는 만족합니다. 싸워서 얻을 것도 없고, 이긴다고 해도 기뻐할 것 같지도 않고, 패했다고 해서 슬프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세상이 격투기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깨끗한 물이 흘러가듯, 편안한 마음으로, 마음을 내려놓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세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그러한 삶의 길이 나의 길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내가 싸움을 걸 일도 없고, 누가 싸움을 걸어와도 그것에 반응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로 인해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많이 잃는다 해도 상관하지 않으렵니다. 어차피 나는 이 세상에 왔을 때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고, 이 세상을 떠날 때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격투기장이 아닌 고요한 숲속 같은 곳이 제가 살아가는 세상이 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