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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Aug 05. 2022

보존과 페르미온

양자이론에 의하면 입자는 보존에 속하거나 페르미온에 속해야 한다. 전자나 쿼크 같은 기본 입자도 보존과 페르미온으로 구분할 수 있고, 원자핵이나 양성자 같은 결합물도 보존과 페르미온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입자가 보존인지 페르미온인지는 ‘고유 스핀’에 의해 결정된다. 스핀이라는 말이 회전 운동을 연상시키지만, 사실 스핀은 공간상의 실제 운동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하지만 어떤 입자가 고유 회전을 가지면, 실제로는 회전하지 않지만 입자는 마치 회전하는 것처럼 상호 작용을 한다. 


  전자와 자기장의 상호 작용은 고전적인 전자의 스핀, 즉 공간에서 실제적인 회전 운동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자기장과 전자의 상호 작용은 전자의 고유 스핀의 영향을 받는다. 물리 공간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고전적인 스핀과 달리, 고유 스핀은 입자가 가진 고유한 성질이다. 입자의 고유 스핀은 영원히 불변하는 특정한 값이다. 예를 들어 광자는 보존이며 스핀이 1이다. 광자의 고유 스핀은 광자가 빛의 속도로 진행한다는 사실만큼이나 근본적인 광자의 성질이다. 


  양자이론에서 스핀은 양자화되어 있다. 양자 스핀은 0, 1, 2,... 의 정숫값을 갖는다. 인도의 물리학자 사트옌드라 나드 보스(Satyendra Nath Bose)의 이름에서 유래한 보존은 정숫값의 고유 스핀을 갖는다. 


  페르미온의 스핀은 양자역학이 등장하기 전에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단위로 양자화된다.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에서 유래한 페르미온은 1/2, 3/2처럼 정숫값의 반에 해당하는 고유 스핀값을 갖는다. 스핀 1인 입자가 한 바퀴 회전해서 초기 상태로 돌아온다면, 스핀 1/2 입자는 두 바퀴 회전해야 초기 상태로 돌아온다. 페르미온의 스핀은 기이하게도 정숫값의 1/2인데, 양성자, 중성자 그리고 전자는 모두 다 스핀 1/2인 입자들이다. 


  가장 근본적인 입자들이 페르미온이라는 사실로부터 우리를 둘러싼 물질의 수많은 성질이 결정된다. 특히 파울리의 배타원리는 동일한 두 페르미온 입자가 동일한 장소에서 발견될 수 없다고 말해 준다. 배타원리 덕분에 원자는 화학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구조를 가지게 된다. 동일한 스핀을 가진 전자들이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전자들은 다른 궤도를 돌아야 한다. 


  여러 개의 전자가 핵을 둘러싸고 있을 때, 전자들은 파울리 배타 원리에 의해 서로 다른 전자 궤도를 채워 나가게 된다. 배타원리를 통해 물질 내부의 원자, 분자 그리고 결정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에 물질이 딱딱한 형태를 가질 수 있다. 2개의 동일한 페르미온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물질이 붕괴하지 않는 것이다. 


  보존과 페르미온은 정확히 반대이다. 보존은 같은 장소에 있을 수 있다. 보존인 광자의 뭉치인 빛은 다른 빛이 있는 자리를 다시 통과할 수 있다. 이 원리에 따라 레이저가 만들어졌다. 동일한 상태의 보존을 한데 모을 수 있기 때문에 레이저는 강력하고 위상이 맞는 결맞은 빛을 만들어 낸다. 초유체와 초전도체도 보존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존의 성질 중 중요한 것은 바로 ‘보즈-아인슈타인 응축’인데 여기서는 수많은 동일한 입자가 하나의 입자처럼 행동한다. 이는 각기 다른 장소에 있어야 하는 페르미온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보즈-아인슈타인 응축은 페르미온과 달리 이를 구성하는 보존들이 동일한 특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에릭 코넬, 볼프강 케테를레, 칼 비만은 보즈-아인슈타인 응축으로 200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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