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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Aug 09. 2022

톱 쿼크의 발견

톱 쿼크는 원자의 구성 요소도, 기존 물질의 일부도 아니지만, 톱 쿼크가 없으면 표준 모형의 정합성이 깨지기 때문에 1970년 이후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그 존재를 믿고 있었다. 톱 쿼크를 찾기 위한 실험은 오래도록 실패를 거듭했다. 표준 모형에서 두 번째로 무거운 입자인 보텀 쿼크는 1977년에 발견되었다. 당시 물리학자들은 톱 쿼크가 조만간 발견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실험 물리학자들은 톱 쿼크를 발견해 명예를 누르고자 하였다. 하지만 모든 실험들이 연달아 실패했다. 양성자를 만들 수 있는 에너지의 40배, 60배, 100배의 에너지를 만들어도 톱 쿼크는 발견되지 않았다. 톱 쿼크는 그때까지 발견된 다른 모든 쿼크들보다도 무거운, 정말 엄청나게 무거운 쿼크였다. 20년에 걸친 조사 끝에 톱 쿼크가 발견되었을 때 그것의 질량은 양성자 질량의 거의 20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라 어마어마하게 무거운 톱 쿼크를 만들기 위해서는 극도로 높은 에너지가 필요했으며 그만큼 거대한 입자 가속기가 필요했다. 톱 쿼크를 만들어 낸 가속기는 미국 시카고에서 서쪽으로 40km 정도 떨어진 테바트론이었다. 페르미 연구소에 있는 이 충돌형 가속기가 처음 설계되었을 때는 톱 쿼크를 만들어 내기에 에너지가 한참 모자랐지만, 기술자들과 물리학자들이 여러 번의 개조와 개량을 통해 성능을 크게 향상시켰다. 1995년 테바트론의 개조와 개량은 정점에 도달했으며, 훨씬 높은 에너지로 가동할 수 있게 된 테바트론은 처음 설계 때보다 훨씬 다양한 충돌 실험을 해냈다. 


  테바트론이라는 이름은 양성자와 반양성자를 1테라전자볼트의 에너지로 가속할 수 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1테라전자볼트는 1,000기가전자볼트에 해당되며 이전의 어떤 가속기에서도 만들어 내지 못한 최고의 에너지이다. 테바트론에서는 강력한 에너지를 띤 양성자, 반양성자의 빔이 고리 모양으로 회전하면서 3.5마이크로초 간격으로 두 곳의 충돌점에서 부딪친다. 


  두 실험 팀이 입자 빔과 반입자 빔의 충돌점 두 곳에 탐지기를 설치하고 그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흥미로운 물리 현상을 관측했다. 이 실험 중 하나에는 CDF(Collider Detecter at Fermilab), 다른 하나에는 D0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두 곳에서 새로운 입자와 물리 현상을 조사했지만, 1990년대 초반까지 두 실험 팀의 성배는 톱 쿼크였다.


  무거운 입자들은 대부분 불안정하며 생성되자마자 곧바로 붕괴한다. 그래서 실험 물리학자들은 입자 자체보다는 입자의 붕괴 생성물을 가시적인 증거로서 탐색하게 된다. 예를 들면 톱 쿼크는 보텀 쿼크와 W 보존으로 붕괴한다. 그리고 W 보존은 경입자나 쿼크로 붕괴한다. 그래서 톱 쿼크를 발견하는 실험은 다른 쿼크나 경입자와 함께 있는 보텀 쿼크를 찾는 일이 된다. 


  입자들에는 이름표가 붙어 있지 않다. 따라서 탐지기에 기록된 전기 전하나 상호 작용 등 입자의 특성을 파악하여 각 입자를 구별해야 한다. CDF와 D0, 두 대의 탐지기는 각기 다른 특징을 기록할 수 있는 여러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추적기라는 부분은 입자들의 궤적에 남은 원자가 이온화될 때 나온 전자를 통해 대전된 입자를 탐지한다. 칼로리미터는 입자들이 탐지기를 통과하면서 방출하는 에너지를 측정한다. 그밖에도 다른 입자들보다 더 긴 보텀 쿼크의 특징을 기록하는 부분이 있다. 


   탐지기가 신호를 탐지하면 이 신호는 엄청나게 많은 전선과 증폭기를 거쳐 데이터로 기록된다. 그러나 모든 기록이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양성자와 반양성자가 충돌할 때 톱 쿼크와 반톱 쿼크 같은 흥미로운 입자들이 생성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대부분 이러한 충돌에서 생성되는 입자는 톱 쿼크보다 가벼운 쿼크와 글루온 그리고 거의 우리가 관심이 없는 입자들이다. 실제로 페르미 연구소에서 톱 쿼크를 한 번 만들 때마다 입자를 10조 번이나 충돌시켜야 했다.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쓸모없는 데이터 중에서 관심있는 사건 하나를 찾아 줄 만큼 강력한 컴퓨터는 없다. 그런 까닭에 실험 물리학자들은 언제나 트리거(trigger)라는 장치를 사용한다. 트리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기록할 가치가 있는 사건만 기록한다. CDF와 D0의 트리거는 실험 물리학자들이 관심을 가진 사건, 즉 톱 쿼크를 발견하기 위해 꼭 일으켜야만 하는 충돌 사건의 수를 10만 개로 줄여 준다. 이 값 역시 여전히 어마어마하게 큰 것이지만, 10조보다는 훨씬 작은 것이다. 데이터가 기록되면 물리학자들은 이를 해석하고 흥미로운 충돌에서 나온 입자를 재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충돌 횟수와 입자의 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제한된 정보만 있을 뿐이어서 충돌 결과를 재구성하는 일은 엄청난 작업이다. 이 작업은 사람들의 능력을 향상시켜 주었고 데이터 처리 과정을 발전시켜 주었다. 


  1994년 CDF의 몇 연구 그룹이 톱 쿼크와 유사한 사건을 관측하기도 했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CDF가 그해 자신들이 톱 쿼크를 발견했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1995년의 발견은 D0와 CDF 모두 확실히 인정했다. 톱 쿼크의 발견은 D0와 CDF 공동의 업적으로 인정되었다. 이전에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입자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입자는 이전에 확인된 다른 입자들과 함께 표준 모형의 입자 체계에 합류했다. 지금까지 꽤 많은 톱 쿼크가 발견되었으며, 그 덕분에 우리는 톱 쿼크의 질량과 그밖에 다른 특성을 아주 정확히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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