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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Aug 20. 2022

힉스 메커니즘

 힉스(Higgs) 메커니즘은 흔히 ‘힉스장(Higgs field)’이라는 특별한 장을 포함한다. ‘장(field)’이란 공간의 어디에서나 입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물리적 대상을 말한다. 각각의 장은 그에 해당하는 특수한 유형의 입자를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전자기장은 전자를 만들어 낸다. 이와 마찬가지로 힉스장은 힉스 입자를 만든다.

  힉스 입자는 아주 무겁기 때문에 보통의 물질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무거운 쿼크나 경입자와 달리, 고에너지 입자 가속기에서도 오랫동안 힉스 입자를 관찰할 수 없었다. 이는 힉스 입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힉스 입자가 너무 무거워서 그동안의 실험 에너지로는 발견할 수 없었을 뿐이다. 


  힉스 이론에서는 약력에 반응하는 한 쌍의 장을 다룬다. 이 힉스장 2개가 약력 전하를 가짐으로써 약력에 반응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에 매우 유용하다. 편의를 위해 두 개의 힉스장을 각각 ‘힉스장 1’, ‘힉스장 2’로 부르기로 한다.


  힉스장 1과 힉스장 2는 각각 입자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입자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이 장들은 0이 아닌 값을 취할 수 있다. 힉스 메커니즘에 따르면 힉스장 둘 중의 하나는 0이 아닌 값을 가지며, 이 0이 아닌 힉스장의 값이 입자 질량의 기원이 된다. 


  0이 아닌 힉스장은 우주 전체에 약력 전하를 퍼뜨려 놓게 된다. 마치 약력 전하량이 0이 아닌 힉스장이 공간 전체에 약력 전하를 퍼뜨려 놓은 것과 같다. 힉스장이 0이 아니라는 의미는 어떤 입자가 없더라도 힉스장 1 또는 힉스장 2가 갖는 약력 전하가 모든 곳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두 힉스장 중 하나가 0이 아닐 경우, 진공 자체가 약력 전하를 띠게 된다. 


  약력 게이지 보존은 다른 약력 전하와 상호 작용하듯이 진공의 약력 전하와도 상호 작용한다. 진공에 퍼져 있는 약력 전하는 약력 게이지 보존이 먼 거리로 힘을 전달하는 것을 막는다. 더 멀리 이동하려는 약력 게이지 보존은 더 많은 진공에 퍼져 있는 약력 전하를 만나기 때문이다. 


  힉스장은 약력의 영향을 아주 짧은 거리로 제한한다. 힘을 운반하는 약력 게이지 보존이 멀리 떨어져 있는 입자에 약력을 전달하려고 하면, 길을 막는 힉스장과 부딪히게 된다. 진공에 퍼져 있는 약력 전하는 매우 얇게 퍼져 있어서, 짧은 거리에서는 0이 아닌 힉스장의 존재감, 즉 이들이 갖는 약력 전하의 존재를 알 수는 없다. 쿼크, 경입자, 약력 게이지 보존은 짧은 거리에서는 자유롭게 이동하며, 진공 중의 약력 전하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약력 게이지 보존은 짧은 거리에서 힘을 전달할 수 있으며, 두 힉스장의 값은 0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지면 입자들이 더 멀리까지 이동해야 하고 더 많은 약력 전하와 부딪히게 된다. 얼마나 많은 약력 전하와 만나는가는 전하 밀도에 따라 달라지고, 전하 밀도는 0이 아닌 힉스장의 값이 얼마인지에 따라 결정된다. 먼 거리까지 약력을 나르는 것은 저에너지 약력 게이지 보존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멀리 이동할 경우 진공에 퍼져 있는 약력 전하가 기 길을 막기 때문이다. 


  양자장 이론에서는 단거리는 자유롭게 이동하지만 장거리는 거의 이동하지 않는 입자의 질량은 0이 아니어야 한다. 멀리 이동하는 약력 게이지 보존이 그만큼 더 방해받는다는 사실은 그 입자들이 마치 질량을 가진 것처럼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질량을 가진 게이지 보존은 그다지 멀리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간에 퍼져 있는 약력 전하는 게이지 보존의 움직임을 방해하며 이는 실험 결과와 잘 맞아떨어진다. 


  진공 속의 약력 전하 밀도는 전하가 약 1경분의 1센티미터마다 한 개 있는 정도이다. 이러한 약력 전하 밀도를 생각하면, 약력 게이지 보존들의 질량은 약 100기가전자볼트의 값을 가진다. 


  힉스 메커니즘은 표준 모형(standard model)에서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인 쿼크와 경입자에도 질량을 준다. 쿼크와 경입자는 약력 게이지 보존과 매우 비슷한 방식으로 질량을 얻는다. 쿼크와 경입자는 공간 전체에 분포한 힉스장과 상호작용하며, 그럼으로써 우주에 퍼져 있는 약력 전하의 방해를 받게 된다. 약력 게이지 보존과 마찬가지로 쿼크와 경입자는 시공간의 모든 곳에 분포하는 힉스 전하와 부딪히면서 질량을 얻는다. 힉스장이 없으면, 이 입자들의 질량은 0이 될 수밖에 없다. 0이 아닌 힉스장과 진공에 퍼진 약력 전하가 운동을 방해함으로써 입자들이 질량을 얻는다. 


  이처럼 힉스 메커니즘은 질량의 기원을 설명할 수 있고 약력 게이지 보존이 양자장 이론에 따라 질량을 얻는 것을 보여준다. 힉스 메커니즘은 약력 대칭성이 짧은 거리에서는 보존되지만, 먼 거리에서는 깨지는 것처럼 만들어 준다. 즉, 힉스 메커니즘은 약력 대칭성을 자발적으로 깨뜨리며, 이러한 자발적 붕괴가 질량을 가진 게이지 보존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 2012년 유럽 입자 가속기 연구소에서 힉스 입자가 발견되었고 이로 인해 피터 힉스는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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