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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Aug 24. 2022

한 마리 나비 되어

 <바다와 나비>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알 수 없는 세계를 향한 끝없는 동경이 어쩌면 용기의 참모습일지도 모른다. 드넓은 바다를 마치 청무우밭으로 생각한 채 내려가 봤던 나비는 진정한 세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 


  비록 그의 가냘픈 날개가 젖었을지언정 부딪히지 않았으면 몰랐을 세계였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기에, 자신조차 알지 못했기에, 그런 용기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바다의 참모습을 알고 있었더라면 아마도 그 무모한 도전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세계에 그렇게 갇혀서 오래도록 더 이상의 발전도 없이 살았을지도 모른다. 


  비록 아픔이 있었고, 실수도 있었지만, 세계를 경험해 보았기에, 자신의 참모습을 알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도 생겼고, 세상에 대한 겸손도 배울 수 있었다. 


  한 마리 나비가 된다는 것은 홀로 이 세상과 맞서는 것이다. 자신의 날갯짓으로 날아오를 수 있는 곳까지 도달할 수 있으리라. 내가 가늠하지 못하는 세상이지만, 온몸으로 뛰어들 수 있는 용기가 나를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게 하리라. 


  오늘도 나는 한 마리 나비 되어 저 넓은 바다를 향한다. 삶은 어차피 도전하는 자의 것이기에, 그 도전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날아오름에서 나는 한없는 자유를 느끼고, 두려움을 모르는 용기로 나의 가능성을 넓혀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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