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다람쥐를 집에서 키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분양을 받아 정성껏 돌보아 주었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저녁을 먹은 후 다람쥐를 바라보는 것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다람쥐가 사람의 말을 이해하면 얼마나 좋을까, 다람쥐와 소통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온몸이 갈색인 보드라운 털과 뚜렷한 줄무늬, 나를 바라보는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다람쥐는 쳇바퀴에서 노는 것을 엄청 즐겼습니다. 무엇을 하다가도 심심하면 쳇바퀴에 올라타 한없이 돌리곤 하였습니다. 얼마나 오래도록 쳇바퀴를 돌리나 관찰을 하기도 했는데, 정말 끝없이 돌리는 것이었습니다. 지치지 않나 궁금하기도 하고, 지겹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한없이 쳐다보았습니다. 다람쥐는 그 쳇바퀴를 매일 수십 번씩 탔고, 한번 올라타면 오래도록 계속해서 쳇바퀴 위에서 놀았습니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즐거운 지식>에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어느 날 오전 또는 어느 날 저녁 악마가 몰래 당신의 가장 고독한 고독 속에 들어와 ‘당신이 지금 살고 있거나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다시 한번 더 살아야 하며 또 앞으로도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 그리고 삶에 새로운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지만, 당신의 삶 속에서 겪었던 사소하거나 중대했던 모든 고통과 기쁨과 모든 생각과 모든 한숨과 모든 것들을 원래 시간 순서대로 다시 경험해야 한다. 영원한 존재의 모래시계를 계속해서 뒤집어야 하며 이런 일을 겪어야 할 당신은 티끌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속삭인다면 당신의 기분은 어떨까?”
니체는 우리의 삶이 무한히 반복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 기분이 어떨지 물어보고 있습니다. 지나온 과거뿐만 아니라 앞으로 주어질 미래도 과거와 똑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반복된다면 우리는 그것을 좋아할까요? 아니면 결코 그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까요?
우리의 삶도 다람쥐가 쳇바퀴 도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어제 했던 일과 비슷한 일을 오늘도 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십 년 이십 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갑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우리가 하는 매일의 일은 그리 새롭지 못합니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도 거의 비슷합니다. 물론 새롭게 만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사람은 스쳐 지나갈 뿐입니다. 특히 가족의 경우 매일 똑같은 얼굴을 대합니다. 가까운 친구나 동료들 역시 거의 비슷합니다. 우리의 인생이나 다람쥐의 인생이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람쥐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일주일 생활의 패턴을 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월화수목금토일, 다시 월화수목금토일, 그렇게 한주가 지나면 다시 한 달이라는 세월이 반복됩니다. 1일, 2일, 3일,...... , 29일, 30일, 다시 1일부터 시작해서 30일이 반복됩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1년이 되고, 1년이라는 세월도 반복이 되어 지금 우리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삶은 반복의 연속일 수밖에 없습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 세수를 하고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씻고 저녁을 먹고 자고 다시 아침이 되고, 이러한 무한 반복의 세월이 인생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반복에서 어떤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일까요? 매일 지겨운 일들을 해야 하고, 매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부딪치며 살아가야만 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얼마나 반복되는 일상과 내가 대하는 사람들로부터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는 이러한 무한한 반복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것이 어쩌면 삶의 본질일지 모릅니다. 새로운 일들이 가끔은 일어나지만, 그것이 삶 자체는 아닐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의 선택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있어서 성공적인 인생이란 한없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삶에서 나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매일 일어나는 반복적인 삶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 하루가 지나갑니다. 내일도 오늘과 별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오늘 내가 대했던 사람이 있습니다. 내일도 특별한 새로운 사람을 만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비록 그러한 것들이 무한히 반복되더라도 긍정적인 사람과 부정적인 사람의 삶은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제가 키웠던 다람쥐는 매일 수도 없이 쳇바퀴에 올라타고 놀아도 그것을 지겨워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당연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며 즐겁게 쳇바퀴를 돌리는 다람쥐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렇게 몇 달을 나에게 기쁨을 준 다람쥐는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다람쥐의 인생의 전부가 그것이었다고 해서 허무한 생은 아니었다고 확신합니다. 제가 키우던 다람쥐는 쳇바퀴를 매일 돌리며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즐겁게 보냈다고 생각합니다.